구조과정서 목·손 등 화상 입어
불법체류신분 의료혜택 못받아
손양초 교감 의사상자대상 추천


[강원도민일보 최훈 기자]화재현장에서 10여명의 인명을 구출하다 큰 부상을 당했으나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고향인 알리(28·사진)씨는 지난달 23일 밤 늦은 시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원룸으로 들어서다 매캐한 냄새로 불이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화재를 처음 발견한 알리 씨는 2,3층 복도 창문을 열어 시커먼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하고 서툰 한국어로 “불이야”를 외치며 사람들을 대피시켰다.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나오지 않자 알리 씨는 건물 외벽의 가스관을 타고 창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알렸다.

특히 불이 처음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의 아주머니를 구하려고 알리 씨는 옥상에서 늘어진 TV유선줄을 잡고 불길이 치솟은 방안으로 뛰어들었다.이 과정에서 목,등,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불법체류자인 알리 씨는 소방관과 경찰이 도착하자 소리없이 사라졌다.

옆집에 살면서 우연히 이 소식을 접한 손양초교 장선옥 교감은 그를 서울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상처가 너무 깊어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하지만 돌봐줄 사람도 없고 의료보험도 없는 알리 씨로서는 입원치료를 받을 형편은 물론 원룸도 불이나 더 이상 머물수 조차 없는 형편이다.

알리 씨를 돕기 위해 양양군에 의사상자 대상자로 추천한 장 교감은 “어떤 사람은 불법체류자를 쫓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아내와 어린 아이 둘을 고국에 두고 낯선 나라에서 열명 이상의 한국사람을 구했다”며 “전 세계에 코로나19 대처로 칭송을 받는 대한민국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알리에게 한국에서의 삶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훈 choi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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