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깊어지는 도내 작은영화관
2020년 관람객 전년 17% 수준
지자체 운영비 부담으로 이어져
도민 절반 이상 여가로 영화관람
강원영상위 영화 수급지원 나서
삼척은 새마을금고가 위탁 운영
정부·자치단체 관리·지원 필요

코로나19 장기화로 도내 작은영화관의 시름이 깊어져가고 있다.도내 작은영화관을 찾은 지난 해 관람인원은 17만7633명으로 2019년(104만5226명)의 17% 수준에 그쳤다.코로나 이전에는 100만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찾을만큼 지역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곳이다.도내 작은영화관은 15곳으로 전국(50곳)에서 가장 많다.내년까지 고성,철원,태백,홍천,인제 등에 7∼8곳이 추가 건립될 예정이다.그러나 지난해 6월말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으로 전국 작은영화관 34곳을 위탁운영해 온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포기,조합이 운영한 도내 영화관 13곳이 일제히 휴관했다.조합이 운영하던 영화관들은 고용 승계 및 급여수준 유지,적자 보전 등을 요구하고 나서 각 지자체들이 고심에 빠졌다.각 시·군은 작은영화관 정상화를 위해 직접 운영과 민간단체 위탁 등의 자구책을 마련중이지만,콘텐츠 수급과 운영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문화예술 격차 해소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영화관이 공공 상영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휴관 속 운영부담 증가

문화시설이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강원도에서 영화는 도민 문화향유의 대부분을 차지해왔다.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국민여가 활동조사’에서 강원도민 463명에게 ‘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참여한 여가활동’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55.4%가 영화를 택해 절반을 훌쩍 넘겼다.이어 △전시회 6.3%△박물관 4.4%△연극 2.9%△연예공연 4.0% △전통예술공연 2.2% △음악연주회 1.85% △무용 0.3% 순이었다.멀티플렉스가 없는 시·군에서는 작은영화관의 안정적 운영이 문화예술 분야의 주요 과제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도내 작은영화관 15곳 중 홍천(홍천시네마),화천(산천어시네마·DMZ시네마·토마토시네마),영월(영월시네마),철원(작은영화관 뚜루,삼부연),양구(정중앙시네마)는 지자체가 직영한다.인제와 양양은 각 문화재단이,횡성은 문화원이 운영하기로 했다.평창은 평창영화봄협동조합,정선은 씨네누리협동조합,삼척은 도원새마을금고에서 각각 위탁운영한다.이중 홍천,평창,횡성 세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휴관 중이다.

이처럼 도내 작은영화관 운영의 대부분을 지자체가 담당하게 되면서 운영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강원도는 강원영상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영화 수급,부금(영화필름 공급비) 정산,상영장비 관리 등을 지원하는 영화 수급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영화관 1곳에 연간 1200만원(월 100만원)을 지원,운영비 절감을 돕는다.현재는 상업영화 위주로 상영하고 있지만 관람객이나 수익이 안정되면 영화 다양성과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매년 2회 특별상영회를 개최하고 도내 제작 영화 상영회,도 출신 감독과의 대화 등을 통해 강원도 독립영화계 발전도 함께 견인하겠다는 목표다.



■ 운영방안 다각화

올해 영상위 지원을 받는 곳은 8곳으로 다른 시·군에서는 시·군비로 운영비를 대기로 했다.정선시네마와 고한시네마 두 곳이 있는 정선도 그 중 하나다.정선은 올해 작은영화관 관련 예산을 증액,3억원으로 편성했다.씨네누리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는데 적자일 경우 차액을 군비로 보전해주기 위해서다.도의 지원 받는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2400만원이 군비에서 추가지출된다.

반면 삼척시는 강원영상위 지원이나 시·군비 지출 없이도 안정적인 운영방안을 찾았다.지난달 새 위탁운영자로 도원새마을금고를 선정한 것이다.삼척은 2019년 전국 작은영화관 중 관람객 2위를 기록,관람료만으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삼척 가람영화관은 지난해 7월 조합 폐업 이후 현재까지 무려 7개월여간 장기휴관 중인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면 곧바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개관을 준비 중이다.영화산업 붕괴와 휴관 장기화로 수익전망이 밝지 않지만 도원새마을금고의 경우 자체 편성한 지역환원 사업비 일부로 영화관을 운영,비교적 안정적이다.영화관 수익이 날 경우 삼척시,향토장학금 등으로 지역에 일부 환원될 예정이다.김경준 도원새마을금고 상무는 “삼척의 문화예술분야가 다른 지역보다 낙후된 측면이 있는데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인 만큼 주민들이 영화로 문화혜택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지역 기업체 등과의 협력을 통한 관람료 할인 등 다양한 영업 활성화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비슷한 사례로 인제군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는 CGV인제 역시 CGV의 사회환원 일환으로 운영,지난해 조합 폐업에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 정부지원·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도 높여야

작은영화관이 영화상영 뿐 아니라 교육,커뮤니티 공간 등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최근 OTT 시장의 성장에 따라 대형 영화들이 영화관 개봉보다 넷플릭스 등을 통한 개봉을 선택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사태 종료 이후에도 영화관 관람객 감소가 예측되고 있어서다.

강원영상위원회는 이를 감안,지난해 작은영화관에서 ‘끼리끼리 시네마’를 진행했다.가족,친구,동료 등 15명 이내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영화관 1개 관을 무료 대관해주는 이벤트로 화천,홍천,정선,양구의 작은영화관 7곳에서 진행됐다.총 70팀을 선정하는데 215팀이 신청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이밖에 영화진흥위원회가 평창,정선 등에서 인문학 강좌를 연계한 기획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처럼 작은영화관을 되살리기 위한 자구 노력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사실상 없다.전국 50개 작은영화관에 지원된 국비는 161억 원이지만 대부분 건립 비용이다.건립 이후에는 지자체 소유가 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들이 대부분인만큼 이후 자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지난 해 강원도는 ‘작은영화관 운영관련 시·군 간담회’를 갖고 공백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별도 논의,이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김성태 강원영상위 사무국장은 “경영수익을 따지기보다 가장 대중적인 문화예술장르인 영화관람조차 접하기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한 중앙·지방정부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도내 영화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장으로도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승미·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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