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여교수 첫 등장 … 성심여대 개교 여성 진출 물꼬
강원여성1호 찾기 우리도 함께해요

 
▲ 여성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1964년 강원도 춘천에 개교한 성심여자대학에서 여성 교수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사진 위) 제1회 졸업식 광경. 1964년 성심여대 화학과 김재순 교수와 학생들 실습 광경.

해방때까지 대학 전무

초창기 진출 파악 안돼


강원대 설립 30년만에 여성교수 부임 ‘보수적’


강원여성 최초 부총장 2010년 한림대 허남순씨



조선시대 학문은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나 원주에 살았던 임윤지당(1721~1793)은 스스로 성리학을 터득해 문집을 남겼다. 근대들어 여성에게 공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뒤늦었지만 1930년대 들어 강원지역에 여자고등학교가 설치됐다. 일제에 순종하는 현모양처를 길러내려는 의도와 달리 독립적이고 학구적인 여성들은 대도시나 외국으로 진학하는 유학의 길을 택했다.

강원도내는 1945년 해방 때까지 대학이 전무해 강원여성의 초창기 대학 학술분야 진출은 주로 서울 등 타지역이나 해외서 성취됐으며 개별적인 활동이어서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초창기 대학으로 진출한 여성으로 춘천여고를 1952년 졸업한 김태희씨가 숙명여대 약학대학장, 춘천여고 1949년 졸업생 황명숙씨가 한양대 영문과 교수, 1950년 춘천여고 졸업생 임원자씨가 서울대 가정과 교수를 지냈다. 1942년 춘천 출생으로 어린시절을 보낸 정옥자씨는 서울대 교수로 있으면서 여성 최초로 규장각관장, 국사편찬위원회 첫 여성위원장이 됐다. 1943년 강릉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연고가 있는 신인령씨는 2002년 이화여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리영자씨는 1936년 강릉 출생으로 동국대 불교대학장 불교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여성학회장을 지냈다. 1979년 춘천간호대학을 졸업한 도미영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로 있다.

강원도내 대학으로는 1947년 9월 도립으로 춘천농업대학이 첫 설립돼 1953년 국립농과대학을 거쳐 1968년 강원대로 거듭났으나 여성을 교수로 채용하지 않아 1970년대 중반이 돼서야 여교수가 등장할 정도로 보수적인 분야다.

강원도내 여교수가 배출된 곳은 춘천교육대학교이다. 1962년 춘천사범학교가 춘천교육대학으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1962년 전국적으로 ‘전국 교육대학 교수 임용시험’을 실시해 300여명을 선발했으며 1963년 춘천교대에 여교수가 부임했다. 과학교육과 신순임, 음악교육과 김춘선씨가 신규 부임했으며 춘천사범학교 교사였던 실업가정교육과 한옥수씨와 함께 3명의 여성이 교수로 활동했다. 1964년 춘천교대 논문집 제1집에 신순임 교수가 ‘자연방사능 측정 방법과 방사성강하물에 대한 소고’를 게재한 것이 강원도내 여교수 첫 논문이다. 한옥수씨는 이후 강원대로 자리를 옮겨 강원대 여성 최초 사범대학장과 한국가정교육학회장을 지냈다. 김춘선씨는 독창회, 합창 반주, 방송국 음악 해설 등을 활발히 하면서 강원도문화상을 받는 등 음악예술발전에 기여했다. 2004년엔 춘천교대 여성 대학원장으로 백정자씨가 활동했다.

강원지역사회에 여성 교수 활동 및 여대생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64년 개교한 성심여자대학이다. 가톨릭 성심수녀회에서 설립한 성심여자대학은 1982년 경기도 부천으로 통합될 때까지 18년 동안 존속하면서 영향을 끼쳤다. 1964년 개교 당시 바바라 니콜스 학장을 비롯 김재순씨가 교학처장, 주매분씨가 학생처장, 기슨씨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 김재순씨는 성심수녀회 한국관구 첫 회원으로 53년간 수도하며 성심여대 총(학)장을 10년간 지냈다.
 

 

성심여대 개교 당시 여교수로 왓슨, 모리아티, 당수덕, 필라, 선턴 등 외국인과 이종순, 하태경, 이순원, 한순희, 현순영, 김옥자 교수 등이 있었다. 이어 김혜자 더남 조칭밍 졸리에트 루만 케니 임자향 노드버그 남궁연 캐서린 서의정 고도임 이남주 김미사 노치숙 우경자 아멜리아 홍경자씨 등의 여성이 잇달아 교수로 부임했다. 성심여대는 1968년 국문과 외국어과 사회사업과 음악과 가정과 화학과 등 6개학과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하며 강원여성을 비롯 전국서 모여든 여성 지식인을 길러냈다. 1회로 입학한 조옥미 함언호씨는 “음악회 티타임 등 신선한 문화 충격과 함께 가족과 같은 배려 속에서 활동했다”며 “여대였기 때문에 여교수가 많았고, 명망있는 분들의 강의도 친숙하게 접할 수 있어 학문적으로도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여성교육에 대한 남다른 포부로 설립됐던 성심여대가 강원도를 떠난 것은 교육계는 물론 특히 여성계로서 큰 손실이었다.

1969년 강릉사범학교가 강릉교육대학으로 승격되면서 여성으로 유일하게 가정과에 남명희 교수가 부임했다. 1955년 관동의숙이 1959년 4년제, 1988년 종합대로 발전한 관동대는 1970년 교직과정이 신설되면서 여성들이 교수로 본격 부임했다. 김복순 박영희 박희숙 황루시교수 등이 학장으로 활동했으며 처장급으로 처음 2013년 김경숙씨 학생처장으로 발탁됐다.

이듬해인 1975년 강원대에 관광경영학과가 신설되면서 부임한 이정자씨가 첫 전임강사 여교수로 한국호텔경영학회장을 지냈으며 한국관광학회 창립 발기인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여성관광문화전문인협회장을 지냈다.

1978년엔 원주 상지대에 최초의 여성 교수 정숙자씨가 디자인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디자인학부장, 예술체육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강원대는 그동안 다양한 학과가 신설되고, 기존 학과에도 여교수가 채용되면서 사범대, 인문대, 예술대, 공과대, 법과대, 의과대 등에서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다. 2004년 춘천 출신 김호정씨는 강원대 공과대학 여교수 1호로 부임했으며, 최문희씨는 2005년 강원대 법대 여성 교수 1호로 부임했다. 그러나 강원대에서 현재까지 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에 여교수가 임명된 사례가 없으며 부총장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교대는 이후 강릉대학, 강릉대학교, 강릉원주대학교로 종합대로 발전하면서 여성으로 예술체육대학장에 임세복씨, 인문대학장 정경숙씨가 선출돼 활동했다. 김경숙교수는 2011년 (사)한국관광학회 최초로 여성 첫 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강릉원주대 역시 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에 여성 출신이 전무하다. 2013년 이은희씨가 원주캠퍼스 부총장으로 발탁돼 강원도내 국립대 최초 여성 부총장으로 기록됐다.
 

 
 
▲ 강원여성 1호 찾기 캠페인에 삼척시여성단체협의회, 굿리더아카데미 2기, 성심여자대학 졸업생들(사진 위부터)이 동참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원여성 최초 부총장은 한림대에서 2010년 나왔다. 2004년 사회과학대학장을 지낸 춘천 출신 허남순씨가 부총장으로 발탁됐다.

학교법인 경동대 3대 및 현 이사장으로 고희재씨가 활동중이며, 세경학원 이사장 이정애씨는 세경대학장으로 있으면서 2006년 전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이 됐다. 강릉 영동대학과 한림성심대학 여성 최초 학장으로 각각 윤양소씨와 서승진씨가 활동했다.

전국단위 학회장으로 활동 중인 여교수로는 더 있으며 학문적인 성취를 보여준 강원여성들이 곳곳에 있으나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분자영양학계에서 국제적 연구 업적을 쌓은 윤정한씨는 200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부 부문 최초 여성과학자 정회원과 함께 한림대 자연과학대학장으로도 발탁됐다.

특별취재팀:박미현·이동명


■ 도움주신 분 : 김춘선 박경숙 사옥선 이구용 전경순 정의선 정재경 조옥미 함언호씨 ■ 자료 : 강원대개교50년사, 춘천교육대학50년사, 춘천여고70주년기념책자, 강릉여고50년사, 성심여대졸업앨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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