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묻는다. “아빠, 경찰을 ‘짭새’라고 부르는데 그게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라고 할 때의 바로 그 잡새를 이르는 말이어요?” 딸아이의 무식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빠가 대답했다. “노래의 ‘잡새’는 ‘온갖 새’라는 뜻이고, ‘짭새’는 범죄자들이 경찰을 지칭하는 소위 그 은어(隱語)라는 것이 아니냐.” 딸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그 ‘잡새’를 이 ‘짭새’로 오인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은어 중에 산삼채취인의 것이 가장 많다. 예를 들어 그들은 산삼을 ‘심’이라 하고, 산삼채취인을 ‘심메꾼’, 노인을 ‘어이마니’, 곰을 ‘네폐’, 먹는다를 ‘실른다’로, 어르신 밥 자시지요를 “어이님 무림 다부리쇼”라고 말한다. 이처럼 다른 집단이 쉬 알아들을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은어를 만든 기본 의도다.

하지만 한 은어가 오랜 기간 사용되어 다른 집단에 알려진 경우는 은어로서의 성격을 상실하여 보통어로 이해하게 된다.

예컨대 ‘똘마니(거지 어린이)’는 거지 세계의 은어이고, ‘나가마(동업자)’는 시장판, ‘삥땅(수입금 유용)’은 왕년에 운전사들의 은어였는데 시간이 흐르자 이런 정도는 일반인들도 다 알아듣게 됐다.

특히 군대 사회에 은어가 많았다. ‘짠물(인천 출신)’ ‘깎사(이발사)’ ‘올빼미(유격대)’ ‘어머니(인사계)’ ‘말뚝(장기복무자)’이란 군 사회의 은어는 60년대 이후 한 세대 동안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쓰던 말이었다.

하여간 한 집단의 은어는 가을 강가의 은어만큼 많거니와 예의 ‘짭새’는 과연 어디에서 왔나? 민주화 투쟁 시절에 대학 내로 진입하여 운동권 학생들을 ‘잡’으러 다니던 ‘사람’에서 비롯됐다든가, 경찰 모자의 독수리 모양에서 나왔다든가 하는 설이 있다. 가장 그럴 듯한 것으론 포도청(捕盜廳)의 ‘잡을 포(捕)’와 사람을 뜻하는 ‘쇠’에서 ‘짭새’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짭새’는 은어라도 경찰이 듣기에 좋은 경우는 아니다. 어쩌면 우리 민요 ‘새타령’의 노랫말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萬樹) 문전에 풍년새…”라 하는 것의 그 ‘잡새’가 오늘날 경찰을 이르는 은어 ‘짭새’가 됐다 하면 낭만성도 있고 하여 비하의 의미가 덜할 듯도 하다.

그러므로 딸아이의 의문 혹은 질문이 오히려 탁견 같게도 느껴지는데, 어찌됐든 들어 싫어하는 어휘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경찰관 비하 모욕의 뉘앙스가 담긴 ‘짭새’라 했다 하여 벌금형을 내린 판결이 났으므로 더욱.

이광식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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