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법사'전설… 청정人心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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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내에서 7번 국도를 따라 10여㎞를 북진, 그곳에서 다시 연곡면 소금강 방향으로 향하는 2차선 6번 국도를 따라 4∼5㎞쯤 가다보면 지난 태풍 '루사'로 무너진 행정교가 철교로 임시 복구된 것을 만나게 된다.  그 철교를 건너면 순도 100%의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곳, 강릉시 연곡면 신왕리라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이 없던 옛날, 허허벌판이던 곳에 논밭을 일구어 사람들이 살면서 새롭게 왕성한 모습으로 일어선다는 뜻에서 '신왕리(新旺理)'라고 마을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주민들에게는 '새왕이’이라는 지명이 더 익숙해 있다.
 그러나 새왕이는 신왕리 본동의 소지명. 마을 형국이 갈마음수형으로 생겼다고해서 붙여진 마암동(馬岩洞, 마람터, 신왕리 4반)과 부하고 귀하게 일어선다는 뜻의 부귀동(富貴洞, 부귀터, 신왕리 5, 6반) 등을 모두 합해 신왕리라고 칭하고 있다.
 또 마암동에서 10여㎞ 안쪽에는 요법(要法)이라는 곳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옛날 요법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경내가 3천여평에 이르고 쌀 씻는 뜬물이 마암동까지 흘러 온 동네 논을 다 뿌옇게 만들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도 절터에 주춧돌로 쓰이던 8∼9자 정도되는 큰 돌이 있는데 이 엄청난 규모의 절이 빈대에 의해 망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된 소금강 노인봉 남쪽에 위치한 수청동(水淸洞). 이곳은 신왕리 맨 마지막 골로서 여기를 넘으면 평창군 도암면 황병산이 나온다. 이 골짜기로 흐르는 물이 깊고 맑게 보여 수청동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소황병산 북쪽에서 발원해 수청동 계곡을 따라 신왕리 마람터를 지나고 새왕이에서 연곡천과 합류하는 신왕천은 지금까지도 청정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신왕리 또 하나의 비경은 바로 삼대폭포. 폭포 줄기가 세층으로 돼 있다는 삼대폭포는 수청동과 마름터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크고 작은 여러 소(沼)들이 있어 신왕천의 벽계수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신왕리도 지난 8월31일 내린 악몽같은 태풍 '루사'로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아름답던 옛 모습을 상당부분 잃었다. 하지만 순박하기 그지없는 이곳 주민들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외지인들의 발길을 반갑게 맞고 있다.
 지난 1963년 축조된 신왕저수지를 기준으로 상류지역과 제방 밑에 이르기까지 마을 넓이가 매우 광범위한 이곳은 모두 85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번 수해로 모두 14만여평의 농경지가 유실·매몰되고 주택도 총 가구수에 절반이 넘는 54가구가 침수, 반파, 완파 등의 피해를 입어 주민들의 생활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마에 휩쓸려 폐허가 된 마을이지만 마을 지명처럼 언젠가는 또 다시 새로 왕성하게 일어설 것이라 믿고 오늘도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다.
 1년이 지난뒤 내년 가을, 수해지에 샛노란 벼 이삭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마을 뒷산에서는 예전처럼 송이가 지천으로 머리를 내밀기를 고대하며 金會德 이장(56)을 비롯한 300여명의 주민들은 한마음 삽질을 다시 시작했다.
  江陵/朴경란 lany97@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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