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니보틀 현지에 녹아드는 맞춤형 ‘시선’
곽튜브 대륙을 종횡하는 부지런한 ‘동선’
희철리즘 여행지 화려함과 그늘, 복잡미묘한 ‘감정선’

2008년부터 시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EBS에서 방영 중인 이것. 잔잔한 음악과 그 어떤 자극도 없는 내레이션.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 문밖출입 대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하염없이 다시보기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테마기행’이다. 더불어 코로나 3년차 대역병의 시대를 보내고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로 일부국가의 국경과 하늘길을 열리고 있는 요즘, 용감한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인 ‘현실판’ 세계테마기행이 뜨고 있다. ‘빠니보틀’, ‘곽튜브’, ‘희철리즘’의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순히 여행지의 좋은 것만이 아닌 자신을 그곳에 툭 던져 놓은 것 마냥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택시비 흥정, 의사소통의 고충, 문화적 충격, 사기꾼과 만남 등 순간순간의 고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유튜버들이 구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유튜버 채널의 영상은 그간 억눌렸던 해외여행을 꿈꾸는 이에게 안내서가 되고 있다. 이들의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다”라던 체 게바라의 육성이 어느 순간 마음 속에서 들리는 듯하다.

■ 빠니보틀. 현지에 녹아드는 맞춤형 ‘시선’

잠시 여행중단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인기있는 빠니보틀은 과거 유튜브 소개란에 “힘들고 어렵게 여행하는 빠니보틀이라고 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영상을 보면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택시비가 비싸면 걷거나 히치하이킹을 하고 숙박비가 비싸면 공원에 텐트를 친다. 물가가 높은 도시에서는 컵라면과 빵으로 연명(?)하며 최저가 호스텔에서 빈대에 물려 병원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공개한 영상 ‘아마존강 지옥의 화물선 여행’에서 빠니보틀은 페루 유리마구아스로 가기 위한 여정 속에서 그의 여행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객을 위한 여객선이 있지만, 화물선을 타고 4박 5일 간 이동하는 경로를 택한다. 빠니보틀은 이동 내내 덥다, 힘들다, 지루하다, 선상에서 제공하는 밥이 형편없다고 불평하며 여행을 이어간다.

지옥의 행군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한 빠니보틀은 특유의 위트를 잊지 않는다. 그는 “후회 없는 여정이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여행이다”라는 말로 영상을 마무리한다.

빠니보틀은 우리보다 못사는 빈국을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현지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현지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현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것이 빠니보틀만의 매력이다.

■곽튜브. 대륙을 종횡하는 부지런한 ‘동선’ 

최근 6개월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곽튜브는 서울에서 자취방을 구하는 좌충우돌 여정을 콘텐츠에 담았다. 신촌부터 북가좌동, 까치산 등을 돌며 자신의 서울 거처를 구하는 모습이 흡사 이제 막 상경한 취준생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30세의 곽튜브는 영상에서 자신의 인간관계나 삶의 방식에서 서툰 모습을 잘 드러낸다. 영상은 마치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와 닮았다. 30대 초반의 고군분투하는 삶을 영상으로 삐뚤삐뚤 기록한다. 여행이나 삶에서 자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어필하며 그 조금은 모자란 모습에 독자들은 웃음 짓고 ‘나도 저랬었지’하는 속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곽튜브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달과 같은 ‘미지의 영역’인 러시아어 상용 국가와 그 주변국을 여행하는 모습을 콘텐츠에 담아내기도 했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 여행 도중 구독자 수가 급상승했다. 러시아 최북단 무르만스크에서 낚시를 하다 우연히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로 일자리를 찾아온 한 아버지뻘 아저씨를 만난다. 이 시점이 곽튜브 세계여행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연한 만남으로 둘은 무르만스크의 망중한을 즐기고 무심하게 헤어진다. 여행 속에선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이 존재한다. 곽튜브의 영상에서는 짧은 만남과 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시리즈의 완결성이 돋보인다. 서툰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큰 덩어리를 이뤄 이야기의 완성도를 더해간다. 

■희철리즘. 여행지 화려함과 그늘, 복잡미묘한 ‘감정선’ 
 

희철리즘은 가벼운 르포르타주(reportage) 형식의 영상을 만든다. 강대국 미국의 그늘진 곳이나 화려한 관광지 이면을 다룸으로써 영상 속 이야기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한창이던 6개월 전 희철리즘은 미국 LA의 위험 지역이라고 하는 왓츠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한 조직의 두목인 부완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미국 내 취약층의 흑인마을을 함께 둘러본다. 조직 두목 부완은 희철리즘에게 마을 곳곳을 소개하다 한 잔디밭을 가리키며 “이곳은 내 친구가 총 맞아 죽은 곳이야”라고 무심하게 말한다.

이어 그들은 우연히 공공주택단지에 백신 접종을 위해 나온 간호사들을 만난다. 당시 한국은 백신의 부족으로 잔여 백신 알림을 광클릭 하던 시절이다. 그곳에서 간호사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모든 백신을 가지고 있으며 단지 주민을 위한 백신이지만 현지에 방문한 희철리즘에게도 접종이 가능하다고 권한다. 이처럼 강대국 미국이 팬데믹 위기 속 빠르게 백신은 확보했지만 한편으론 대도시 총기사고와 같은 범죄는 해결하지 못하는 상반되고 어쩌면 모순되기까지 한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마치 입체적 퍼즐을 맞추는 듯한 희철리즘의 이야기는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명암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명준  weegee@kado.net

◇채널명=빠니보틀
◇본명=박재한(34세·춘천 출신)
◇구독자 수=121만 명
◇최다 조회 수 영상 = 인도 기차 1등칸 vs 중간칸 vs 꼴등칸 타보기(유라시아)
◇추천 영상 = 4박5일 아마존강 지옥의 화물선 여행 ◇영상 속 주요여행 국가 = 동남아시아, 인도, 네팔,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북중미, 남미 등
◇여담 = 최근까지 남미를 여행했다. 생존 회화에 가까운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비영어권 국가에서 사기꾼과 실랑이를 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남미권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다룬 웹드라마 ‘좋좋소’의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채널명=곽튜브
◇본명=곽준빈(30세)
◇구독자 수=78만명
◇최다 조회 수 영상=만원짜리 소련 아파트 생활 ◇추천 영상= 머나먼 북극마을 대모험 ◇영상 속 주요여행 국가=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우스베키스탄, 국내 평창 올림픽 선수촌 등  ◇여담=곽튜브는 유튜버 빠니보틀의 영향으로 주 아제르바이잔공화국 한국 대사관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전업 유튜버가 되기로 한다.  빠니보틀과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두바이, 스페인과 국내에선 춘천, 삼척 등을 함께 여행했고 영상 속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만담 형식의 대화가 관전 포인트.

◇채널명=희철리즘
◇본명=윤희철
◇구독자 수=65만명
◇최다 조회 수= 한국에 사는 백인들 
◇추천 영상= 미국의 공공임대주택 단지, 극 빈곤층 흑인 마을에서의 하루 ◇영상 속 주요여행국가= 미국,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두바이, 터키, 이스라엘, 체코, 독일, 네덜란드, 스코트랜드 등  ◇여담=과거 국내 여행유튜버로서 1위를 차지하던 시절 ‘일단 시작하는 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희철리즘은 자신이 대학시절 영어 스터디 사업으로 6개월 만에 1억 원이라는 큰돈을 벌었다고 밝혔다. 이듬해 온라인 판매 대행 사업에 실패한 후 남은 돈 3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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