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밑줄긋기] 쥘아팝·피스풀뉴스 공연 관람
클래식 고정관념 깨뜨린 계기
낯섦에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
이해와 공감으로 극복해 나가야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 언어나 음식처럼 지역마다 다를 뿐이다.서양은 자신들의 문화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지난 세기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서구 클래식음악은 20세기를 지나며 무조에 도달한 후 방향을 잃었다.(김진묵 음악에세이 '별들의 노래를 듣는다' 중


이 지면을 빌어 고백한다.클래식 별로 안 좋아했다.지난 해 여름 문화부 발령 이후 클래식을 챙겨 듣기 시작했다.숨막히게 조용한 연주장에서 리뷰를 쓰기 위해 2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꾸벅꾸벅 졸기도 많이 했다.그래도 버텨봤다.그랬더니 어느 순간 라흐마니노프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베를리오즈,차이콥스키가 뒤이어 다가왔다.춘천국제고음악제를 취재하면서 평소 즐겨듣던 헤비메탈과 바로크 음악의 연관성도 알게됐다.‘바로크 메탈’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를 알게됐고,클래식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지난 세기 서구 클래식은 자신들이 누려 온 지위를 상당 부분 박탈당했다.20세기 초반 재즈와 블루스가 세계 대중음악을 휩쓴 이후 음악 장르는 록,리듬앤블루스,발라드,디스코,힙합 등으로 분화되어 갔고 그 가운데 클래식이 자리를 잃은 것은 메탈리카의 노래처럼 ‘슬프지만 사실(Sad But True)’이다.어렵고 고루한 것,아무나 즐기기 힘든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어 썼다.김진묵 평론가에 따르면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일 것이다.코로나19 확산으로 조기 폐막한 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컬러스 오브 인벤션’의 무대였다.바이올리니스트 쥘 아팝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발구름과 능청스러운 휘파람으로 클래식의 성역을 허물었다.아팝은 정통을 고수하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비판도 받았지만 아랑곳 않고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다.클래식에 녹아든 블루스 음악 또한 새로움으로 다가왔다.철원과 고성 DMZ박물관에서 열린 ‘피스풀 뉴스’도 국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음악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춘천에 있는 김진묵 음악평론가의 작업실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최근 열린 프리뮤직 밴드 ‘공공 콘센트’의 공연은 리듬과 멜로디까지 거부하는 신선한 경험을 줬다.어떠한 사전 약속도 없이 불규칙한 소리 속에서 균형을 찾는 자리였다.새로운 소리를 그저 한번 들어보는 것,그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열린다.

우리 사회는 다른 것을 싫어하고,낯선 것을 두려워 한다.정파,젠더,세대…온갖 표정의 ‘다름’들이 서로를 외면한 채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다.코로나19 사태에서 사람들은 밀접접촉자,자가격리자,확진자로 구분되고 있다.바이러스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넘어 마음의 문까지 닫아걸게 한다.감염병의 공포 앞에서 이해나 공감의 노력은 찾기 힘들다.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려면 하나가 돼야하고,이는 서로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된다.경계에서의 만남과 포용이야말로 인류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었던가.옛 바로크 음악과 시끄러운 헤비메탈은 적어도 내 휴대폰 음악 재생목록 안에 공존하고 있다.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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