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극복합시다]
‘통일 익스프레스’ 공연 취소
대관료·연습비 등 피해 막심
연극의 해 전면 재검토 요청
장기화 땐 공연장 부족난 심화

▲ 코로나19 확산 등에 대한 연극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사진 왼쪽은 김관 한극연극협회 사무총장.
▲ 코로나19 확산 등에 대한 연극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사진 왼쪽은 김관 한극연극협회 사무총장.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속보= 코로나19 확산으로 도내 공연계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본지 3월 1일자 22면) 2020년 연극의 해를 맞은 연극계 분위기가 더욱 어둡다.계속되는 공연 취소·연기에 따른 여파가 길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연극의 해로 ‘지역연극 환경개선’이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그만큼 지역 연극계에도 모처럼 활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작한 해다.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당초 연극 부흥을 위해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최악으로 가라앉았다.

▲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달로 연기된 도내 원로 연극인들의 공연 ‘통일 익스프레스’ 연습모습.
▲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달로 연기된 도내 원로 연극인들의 공연 ‘통일 익스프레스’ 연습모습.


도내 원로 연극인들의 공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통일 익스프레스’는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취소됐다.강원도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다.관련 홍보물과 세트,의상 등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일단 공연은 내달 4일로 다시 잡아놨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공연 관계자는 이번 연기로 인한 피해액을 1000여만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한국연극협회에 접수된 강원도 첫 피해사례다.

한국연극협회는 지난 달 27일 연극계 피해상황 접수를 시작,도내 피해규모도 나올지 주목된다.협회에 따르면 접수 하루만에 50여건(2월 28일 기준)이 들어왔고 강원도에서는 ‘통일 익스프레스’ 1건이 접수됐다.협회 관계자는 강원도에도 취소나 연기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접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관련 서류에는 극단과 공연 이름,공연의 연기·취소 여부와 이에 따른 피해 금액 등을 쓰도록 돼 있다.이를 통해 배우와 스태프 인건비,장비에 따른 피해 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

지원금이나 교부금 등 국가보조금을 받는 공연은 비교적 손실이 적은 편이다.그러나 개인이나 작은 극단들의 경우 피해가 더욱 크다.특히 대관료 손실이 막심하다.한 공연팀은 이번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대관료를 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환불보상 관련 조항이 ‘천재지변’으로만 명시돼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또 공연 준비과정에서 취소된 경우 연습비 등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연극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다.

공연계에서는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피해가 적지 않았던 만큼 전염병 사태에서 문화예술계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한국연극협회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별도의 대책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최근 기자회견에서 연극의 해 운영 재검토 필요성까지 언급한 협회는 전국 피해상황 접수결과에 따라 추가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전국 각지의 연극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배우,스태프 등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2020 연극의 해를 전면 재검토하고 관련 예산을 피해 연극인 지원에 사용해 달라”고 했다.메르스 피해가 컸던 2015년 당시에는 회사나 대행사들에게 (피해 보상이) 지원돼 배우나 스태프가 생계 고통을 호소했던 만큼 연극인에 대한 직접 지원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여파가 길면 내년 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메르스 피해는 관객 수 감소에 그친 반면,코로나19의 경우 공연 중단·연기 사례가 대부분이다.이들이 하반기에 몰릴 경우 공연장 부족난의 장기화도 불가피해진다.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는 메르스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하다.3월 안에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여파는 내년 6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춘천의 경우 올해 춘천문화예술회관과 백령아트센터가 전체 보수와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 이미 지난 해부터 대관 경쟁이 치열했다.코로나19로 인한 공연취소까지 겹쳐 올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 지역 예술계의 대관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김 사무총장은 “연극인들은 성취감과 의무감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태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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