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스님 130여국 여행 서화집
‘세계는 한송이 꽃이라네’ 출판
예루살렘 순례· 악어스테이크 시식
불교신자 경계 허물고 새로움 찾아
"예술,좋아하는만큼 하면 돼
문외한인 나도 그림책 출판"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진광스님에게 여행은 곧 수행이다.여행지에서 받은 깨달음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리고 짤막한 글을 적었다.스스로 그림을 못그리는 ‘그림치’라고 인정하지만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체는 정겹기만 하다.김영택 펜화가는 스님의 그림을 보고 “그림 실력이 20여년 넘는 동안 전혀 발전이 없으니 다윈의 진화론에도 예외가 있음을 보여준다.그림치의 그림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지식과 가식의 벽이 허물어지고 천진무구한 어린이 세계로 이끌려 들어가게 된다”며 “유치원 신입생의 수준이지만 단순한 그림과 짤막한 글을 읽노라면 이철수 화백의 목판화에서 느꼈던 촌철살인이란 표현이 떠오른다”고 익살맞게 소개했다.


▲ 진광스님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그린 빅토리아 폭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김영택 펜화가는 “이 그림을 보고 폭포로 이해한다면 분명 ‘초능력자’일 것”이라고 했다.진광스님이 탄자니아 여행 중에 머문 잔지바르섬. 진광스님이 그린 티베트 석가모니 마애불상.
▲ 진광스님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그린 빅토리아 폭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김영택 펜화가는 “이 그림을 보고 폭포로 이해한다면 분명 ‘초능력자’일 것”이라고 했다.진광스님이 탄자니아 여행 중에 머문 잔지바르섬. 진광스님이 그린 티베트 석가모니 마애불상.
홍천 출신 진광스님이 펴낸 서화집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는 아프리카 이집트와 요르단,이스라엘,태국,부탄,티베트,러시아,인도 등 130여개 국 탐방기를 풀어낸 그림일기다.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1998년 반바지 차림으로 처음 인도 배낭여행을 떠난 스님은 테마가 있는 여행을 즐겼다.헤밍웨이,체게바라,카잔자키스의 여정을 따라 쿠바,아르헨티나,크레타 섬 등으로 떠났다.홍천에서 태어나 양구에서 자란 그는 2010년 조계종 교육원으로 들어가 교육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합법적 여행을 고민하다 해외 성지순례를 기획했다.

성지순례에 대한 종단 내부의 비판도 심했다고 한다.순례지 중 하나가 하필 이스라엘이었기 때문이다.진광스님은 “다른 종교도 공부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예루살렘에 중들이 단체로 모인 것은 처음이라 놀랐다’고 여행사 사장님이 말했는데 조화,융합,공생을 느껴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했다.스님은 또 세계적인 록 그룹 퀸의 보컬이자 아프리카 잔지바르 섬 출신 프레디 머큐리에게 인상을 받는 등 예술감상을 중시했다.그는 “학교 다닐 때 미술 점수가 50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잘 그렸으면 화가를 하지 뭣하러 중 노릇을 하겠나.예술이라는게 자기가 좋아하는만큼 하면 되지 않을까.문외한도 꾸준히 하다보면 책도 낼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진광스님은 새로운 길 위에서 경계를 허물고 자신을 찾아간다.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나그네로 존재할 뿐이다.케냐에서 맥주를 마시고,라면 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낀다.빅토리아 폭포 근처에서 악어 스테이크 맛을 보고는 “악어와 사람의 눈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진실할까”라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한다.스님은 “여행자는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무얼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아무리 불교신자여도 도시락을 갖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이것 저것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다.

진광스님이 이렇게까지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새로움에 대한 화두 때문이다.옛 스님들은 안거기간 수행을 마친 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수행을 즐겼다.진광스님은 “한국에만 있는다고 꼭 안전할까.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공포를 견뎌내야 한다.두려움은 여행을 떠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했다.

스님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강원도 바닷가 같은 곳에서 이장 일을 겸해 구멍가게를 차리고 싶단다.그는 “세계 각지에서 역사를 접하다 보면 여러 방향의 생각을 하게 된다”며 “스님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고 북카페 등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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