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

▲ 이영춘 시인
▲ 이영춘 시인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제인 오스틴은 ‘문화인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는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외국어를 한 가지 이상은 할 수 있어야 할 것,둘째는 악기를 한 가지 정도 다룰 수 있어야 할 것,셋째는 어느 장르든 예술을 한 가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문화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이 생각할 때마다 나는 ‘문화인’이라고 감히 내세울 수도 없구나!라고 반성한 적이 있다.그러나 이것은 귀족 같은 고급 ‘문화인’을 대상으로 한 요건일 것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평범한 우리 일상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나는 오히려 다른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바로 ‘식(食)문화 예절’이 그것이다.

마가렛 미첼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유모는 스칼렛이 무도회에 입고 나갈 코르셋을 졸라매 주면서 ‘연회에 가면 음식에 탐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이른다.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먹는다는 것은 인류의 공통분모다.목숨 가진 짐승이라면 먹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그 생명 보존을 위해 우리는 먹어야 산다.그러나 스칼렛 오하라의 유모가 말한 것처럼 ‘음식’에 ‘탐’을 내었을 때가 문제다.‘탐’은 ‘탐욕’에서 나온 말이다.‘탐욕’은 인간의 본능에서 기인하는 ‘욕망’이다.이 욕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영국의 비평가 허드슨은 예술적 욕구의 승화로 정의한다.그런데 그 욕망이 일반적 탐욕으로 나타났을 때는 자칫 천하게 비칠 때가 많다.특히 먹는다는 문제에서 그렇다.

일전에 모 단체 총회 때의 일이다.레스토랑이 다른 팀과의 시간 조절 관계로 음식을 미리 좀 갖다 놓겠다고 한다.그리고 회의 진행 도중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문제는 그 때부터다.식食문화의 문제 말이다.한쪽에서는 회장이 회의 진행에 목청을 높여가며 회원 의견을 묻고 찬반을 결정하려고 애쓰고 있다.또 한쪽에서는 미리 갖다놓은 음식을 먹느라고 회의진행을 듣는 것인지 먹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아니면 제발 좀 회의 끝내고 먹읍시다.” 일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존경하던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밥 먹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교양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씀이다.정말 그렇다.

모임에서 식사를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좌중은 아랑곳없이 반찬이 들어오자마자 무섭도록 마구 집어먹는 사람,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었다 놓았다 뒤적거리는 사람,심지어는 식사 도중 코를 푸는 사람,식사가 끝난 후 양치질 하듯 우륵-우륵 소리내며 입속을 가시는 사람…이런 모습은 비단 나만 경험한 것은 아닐 것이다.타산지석이라,남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살 때가 많다.

몇 년 전 나는 아들에게서 뒤통수를 오지게 한 방 맞은 적이 있다.함께 식사하던 어느 날,“엄마는 왜 그렇게 음식을 짭짭 소리를 내면서 잡수세요?남들에게 천하게 보이잖아요!”라는 게 아닌가!그 후로 밥을 먹을 때마다 신경쓰게 된다.나도 남들이 볼 때 허겁지겁 아니면 게걸스레 먹지는 않을까?나도 모르는 어떤 나쁜 식습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되돌아 볼 때가 적지 않다.

적어도 남들에게 탐욕스럽게 혹은 천하게 비치지는 말아야 함은 물론,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 식문화 예절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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