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발간
도와 인연 깊어 경포호·상상마당 좋아해



“재미있게 살다가,의미있게 죽자”

1세대 스타PD로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5년만에 내놓은 신간 에세이다.책 제목은 그의 오랜 좌우명이기도 하다.주 교수는 ‘편집’과 ‘편성’을 TV프로그램이 아닌 인생에 적용할 차례가 왔다고 조언한다.걱정이 ‘편집의 대상’이라면 결정은 ‘편성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와 ‘우정의 무대’,‘대학가요제’ 등 최정상 인기 프로그램을 연출한 그는 “낡은 것,지루한 것,해로운 것들을 편집하는 시간만은 꼭 있어야 한다”고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원망’ 대신 ‘희망’을,‘의심’과 ‘욕심’의 자리에는 ‘호기심’과 ‘동심’을 배치시키다 보면 잘 짜여진 프로그램처럼 어느새 산뜻해진 인생을 마주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인생 연출 설명서’라는 책 별칭이 꼭 맞다.주 교수 제자이자 자이언트 펭TV의 ‘펭수’를 만든 이슬예나 EBS PD도 “좋은 콘텐츠의 요건도,좋은 삶의 요건도 재미와 의미”라고 공감했다.

스타PD 출신답게 작은 일상과 에피소드,만남에서 오는 단상들이 빠른 머릿 속 편집과 편성을 거쳐 다채롭게 펼쳐진다.‘광화문의 두 사람’,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보며 “좋은 상상은 현실로 만들고,나쁜 예상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이순재 배우와 송해 선생님을 보며 ‘더디게 늙는 법’에 대해 사유한다.“만남의 폭을 조금만 넓히면 죽은 사람도 만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에서는 책과 예술,역사의 어느 꼭지에서든 ‘재미’와 ‘의미’,‘만남’을 찾을 수 있다는 여유가 보인다.대단한 목표나 성과가 없어도 매일 조금씩 다르게 일렁이는 작은 물결을 타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최고의 인생사용법이라는 편안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국어교사가 첫 직장이었던 주 교수는 PD를 거쳐 이화여대 교수와 방송사 사장,종편채널 대PD 등으로 활동했다.책 15권과 2장의 앨범도 냈다.강원도와의 인연도 많다.원주에서 군 생활을 한 그는 ‘우정의무대’를 연출하며 강원도 전방부대를 자주 찾았다.양구 노도부대에서 마지막 무대를 만들었다고 한다.아내는 손영민 강릉원주대 교수다.덕분에 강릉도 자주 찾는다.부부 모두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서울문화재단 대표 시절에는 김필국 강원문화재단 대표와 함께 일했다.주 교수는 강원문화정책의 조율자 역할을 맡은 김 대표에게 “전문예술과 생활문화라는 2개의 기둥을 균형있게 버티고 나가길 바란다”는 조언을 전했다.

요즘에는 시에 빠졌다.그래서 책 곳곳에 자작시들도 맛깔나게 실렸다.삶의 목표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가질 수 없는 것보다 버릴 수 없는 것을 생각하자’는 글귀를 생각하다 현재를 인생의 추수감사절로 선포했다.그랬더니 다시 마음이 바빠지고 행복 주문이 밀려온다고 했다.주 교수는 “강릉 경포호수,춘천 상상마당 등을 좋아한다.앞으로도 강원도는 자주 찾을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며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돌아 본 재미와 의미의 철학을 강원도내 독자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김여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