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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법부터 개정해야

2001년 02월 14일 수요일



경제력이 넉넉하다면 임대아파트에 살겠는가. 따라서 어렵사리 장만한 서민들의 재산은 법으로 우선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도내에서도 수 천 세대의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이 거리로 쫓겨나야 할 위기에 몰렸다. 부도 난 건설회사에 적용되는 파산법이 임대주택 서민들을 보호하는 임대차 보호법에 우선해 오히려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찬바람 속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들의 딱한 사정을 동정하기 앞서 "파산법에 임차인 보호조항을 신설하라"는 이들의 주장을 정부는 예의 경청할 필요가 있으며, 빨리 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지금 그 사정은 심각하다.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잇단 도산이 엉뚱하게 내 집 마련에 전 재산을 바치고 있는 지방 서민가계의 파산으로까지 몰고 가기 때문이다.

그제 낮 춘천 명동에서 춘천 화천 평창 원주 등 동보임대아파트와 진로임대아파트 입주민 200여 명이 파산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이들은 세대 당 1천200만∼1천800만 원의 입주보증금을 내고 입주한 임대아파트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 자신들의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특히 춘천 동보임대아파트 687세대 가운데는 대학생 세대만 500세대에 이르러 멀리서 자녀를 유학시키고 있는 상당수의 농어촌 주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보임대아파트는 전국 8개 지역에 4천8백34세대가, 진로임대아파트는 광주와 원주 등지에서 545세대가 입주해 있으며, 입주민들이 되돌려 받지 못하는 보증금은 1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에서도 두 아파트에 입주한 1천734 세대의 보증금은 262억 원에 이르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이들을 구제할 길이 없다. 현행 파산법상 입주보증금이 일반 파산채권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등 법적인 대항력을 갖추기만 하면 임대차보호법과 민사소송법에 따라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파산절차에서는 임금이나 세금, 파산선고 후 발행한 채권 등보다 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전액을 돌려 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 이들의 입주보증금은 일반 '파산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파산관재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증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임대아파트라도 내 집으로 삼으려는' 서민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이런 사정때문에 "서민들을 보호하려면 법개정으로 이를 해결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뜯어 고쳐서라도 서민의 편에 설 수 있는 새 법이 탄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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