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합의한 금강산 관광자유특구와 육로(陸路)관광은 금강산 관광의 완전개방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원칙적 합의 수준이다. 북측이 이런 합의를 한 것은 이미 금강산 관광을 통해 적지 않은 달러를 벌어들이면서도, 사실상 이 관광의 가시 격이던 체제동요 우려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다 성공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해득실만 놓고 본다면 북측이 이번 합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DMZ를 관통하는 육로개설은 군사시설을 철거해야하며, 이는 '전선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합의는 했지만 이런 정치적 부담을 선뜻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관광자유특구로 개발하자면 '자유여행, 자유상거래, 자유투자' 환경이 이뤄져야 한다. 이때문에 북측과 비즈니스 파트너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기득권이 있는 현대와 또 다른 기업간의 조율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산 넘어 산을 둔 이번 합의를 '원칙적 합의'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주목할 것은 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의 개막 계기로 통일전망대∼온정리 간 육로개설을 제안할 때만해도 꿈 같던 그 일이 공론화되고, 정치적 합의까지 이뤄져 과연 되긴 될 것 같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찜찜한 것은 관광자유특구든, 육로개설이든 강원도 땅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개과정이 정치적, 정책적 판단만으로 이뤄질 전망이란 점이다. 사실상 지자체가 끼어 들 여지는 아무 데도 없는 것이다. 여기서 강원도가 이 타이밍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지가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道는 이미 설악∼금강 연계개발계획을 통해 이 일대를 한반도 평화관광지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남북합의를 계기로 이 계획을 재확인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정부가 맘먹지 않고, 북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들이다. 철원평화지대 구상 등 접경지 관리를 위한 산뜻한 계획들을 내놓고도 정부의 자제권유 한 마디에 난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아직도 설악∼금강 연계개발계획을 금강산 관광개발의 교과서로 인식하고 있다면, 보다 현실감각에 맞게 수정하거나 새 판을 짜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지난해 道가 이끌어 낸 '남북강원도 교류협력 사업'이 꾸준히 가장 현실적인 지자체의 남북교류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남북교류에 관해 도민이 얻은 교훈은 '큰판은 정부가 짰지만, 그 틈새는 지자체가 메운다'는 사실이다. 금강산에서도 큰판은 강원도의 역량권 밖에서 짜여지고 있다. 강원도가 챙길 몫이 무엇인지, 가장 현실적인 데서부터 접근하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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