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어 타 들어가고 있는 요즘, 우리의 물 관리 대책을 보면 정말 '물'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5일 강원도와 정책협의회를 열었던 건교부는 주민 반대로 난항하고 있는 한탄강댐에 대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강원도와 철원군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튿날 철원군은 한탄강 댐을 조건부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교부는 최소한 한탄강댐에 대해 응원세력을 얻은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한탄강댐 건설과 관련한 지역협의에서 보듯이 물 관리 대책을 임기웅변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철원군의 한탄강댐 '동의'도 정부 입장에서는 심각한 가뭄 때문에 얻어낸 소득이고,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가뭄을 볼모로 손을 든 셈이다. 역설적으로 전대미문의 이번 가뭄이 아니었다면 지역주민으로부터 한탄강댐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다. 2006년에는 약 1억㎥ , 2011년에는 약 18억㎥의 물

부족이 발생하는 것이란 통계다. 그러나 그 보다는 물 관리가 안 되는 나라라는 점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몇 년간을 돌이켜 보면, 94년 95년 97년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가뭄을 겪었으며, 96년, 98년, 99년에는 중부권 홍수를 겪었다. 이미 물 관리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급해졌음을 경고하는 기상재해들이었다. 이때마다 댐 건설이 논의됐지만, 영월댐을 비롯한 계획댐들의 유보 또는 백지화의 책임을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에만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 정부와 관련기관, 관련업계의 경향이다. 그러나 '댐 건설은 곧 환경파괴'이고 '반드시 건설하지 말아야 하는 일'로 치부되도록 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각종 수요관리 시책만 잘 펴면 물 수요량이 줄어들게 되고 이렇게 소요공급량을 줄임으로서 댐 건설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비단 환경단체 뿐 아니라 온 국민이 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설득하고 계몽해가며 '물 부족국가'로부터 탈출시켜 가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그때는 여론에 밀리는 듯하다가, 최악의 가뭄이 닥치니까 "그것 보라"는 듯이 한탄강댐을 거론하기 때문에 정부정책이 헷갈리고, 신뢰가 안 가는 것이다. 지난해 착수해 거의 확정단계인 정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1∼2020년)은 권역별로 계획연도별 물 부족 해소를 위한 중규모 댐의 건설과 광역상수도망의 확충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계획이 민생안위에 불가결한 것이라면, 하루 속히 내놓아야 한다. 이 가뭄이 지나면 장마가 올 것이고 그땐 또 홍수걱정을 해야하는 국민의 만년 물 걱정만이라도 덜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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