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도내 중학교 졸업 예정자 1만9천886명 중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전체의 75.3%에 이르는 1만4천989명이나 되는 반면 실업게 고등학교 진학 희망자는 22.4%인 4천469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에도 인문계 고등학교 지원자들의 대규모 탈락과 실업계 고등학교의 정원미달 사태가 발생할 게 분명하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어져 온 실업고 미달사태가 교육계의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교육청은 지속적인 진학지도와 내고장 학교보내기 등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해 인문계 편중지원 현상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실업고 미달사태를 해결하는 근본대책과는 거리가 먼 비봉책일 뿐이다.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될 실업고들은 당장 교사들을 동원해 눈물겨운 학생 유치 운동을 펼쳐야 할 판이다.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상대로 구걸하듯 지원자를 모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실업고등학교들이 이처럼 딱한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이 일관성 없이 왔다갔다 한데 큰 원인이 있다. 90년대 초에 정부는 실업고와 인문계 고등학교의 비율을 50대 50으로 한다는 정책으로 실업고의 정원을 늘려왔다.산업 현장에 질높은 기능인력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정책은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기능인력 중심의 산업 구조가 자동화 첨단화된 구조로 변화되자 기능교육 위주의 실업고등학교는 그 역할과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기능인력의 고급화를 위해 전문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실업고의 입지는 좁아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업고의 교육환경 개선이나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비한 교육과정의 개편 등 실업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 중학교 졸업생들의 실업고 기피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수많은 실업고들이 제각기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그중 두드러진 것이 '실업고가 오히려 대학진학에 유리하다'는 홍보 작전이었다. 물론 실업고 졸업생도 희망하면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업고의 1차적인 목표는 양질의 기능인력 육성이고 그것이 실업고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가 실업고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실업고를 과감히 정비하던가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학교로 육성하던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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