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을 앞둔 소외계층 사회복지시설에 온정의 손길마저 끊어져 찬바람이 돈다는 소식(본보 25일자 1면)이다. 장기적 경제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라지만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명절 밑이면 그래도 성금과 선물 꾸러미가 복지시설에 모여들어 소외된 계층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올 추석엔 그나마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보육원 양로원 장애인 수용시설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은 자치단체 보조와 시민 사회단체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그중 자치단체보조는 기본 운영비에도 못미치는 규모여서 복지시설은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간히 찾아오는 독지가들과 시민단체 등 온정을 베푸는 손길들이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고 있을 뿐이다. 명절 때 이어지는 사회 각계각층의 온정은 이들의 처량하고 우울한 마음을 위로하고 명절의 즐거움을 나누는 소중한 선물이 된다. 양말 한 켤레 과자 한 봉지도 이들의 짙은 소외감을 달래주는 따뜻한 인정인 것이다.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이 별로 없는 탓에 이곳에 수용된 노인들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만 해도 즐거워한다"는 어느 양로원 직원의 말에서 복지시설 사람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낀다.

해마다 2천만원 이상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접수되었던 춘천시의 경우 올들어 이달까지 겨우 100여만원의 성금이 들어왔다고 한다.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이 이처럼 크게 줄어들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경기침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마저 뜸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 인심이 그만큼 얄팍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해 선거법위반을 걱정하는 입지자들이 한껏 몸을 사리는 상황이라 복지시설을 찾는 발길들이 갑자기 줄어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민족은 원래 이웃의 불행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여럿이 힘을 합쳐 돕는 아름다운 전통을 지녀왔다. 이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미풍은 세상이 어려울수록 그 사회적 기능과 가치를 내보여 공동체의식의 밑바탕을 이루어왔다. 우리 경제가 지금 어려운 처지이고 모두들 제살기에 바쁜 시절을 만났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지금처럼 소중한 때도 없을 것이다.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민족의 명절을 맞는 나눔의 손길이야말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넉넉한 마음을 함께하는, 도타운 인정의 실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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