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 조

만해마을 주지
다사다난 했던 정해년이 어느덧 저물고 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무자년은 쥐띠 해이다. 서양과 대비되는 동양 문화 특징 중의 한 가지가 띠를 사용해서 한 해를 이름 짓는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성격이 그 띠에 해당하는 동물들과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인간이 한낱 쥐와 비교되어 성격까지도 닮는다는데 불쾌한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 조상들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스승으로 여겼다. 그러한 스승가운데 올 한해는 쥐가 우리들의 스승이 된 것이다. 쥐를 보면서 쥐의 덕을 기리고 그것을 따라 인간들도 한 단계 나은 삶을 살려고 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쥐라는 동물은 체격이 작고 힘은 없지만 민첩한 몸놀림과 뛰어난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쥐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부지런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일에 모범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반면 소의 등을 이용해 12지지(地支)중 첫머리에 섰다는 전설처럼 얌체 짓을 잘하고 욕심 또한 많은 이기적인 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무자년 한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지런한 쥐의 덕에 걸맞게 살기를 기원한다. 매사에 부지런한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사 실패를 했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다음을 준비한다.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다. 고난을 이겨내지 않고 성공은 있을 수 없다. 부처님께서도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들어진 것들은 모두 변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여 너희들의 수행을 완성하라.’

부지런한 사람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다른 이의 모범이 된다. 한해를 시작하는 즈음에 탄탄한 계획을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천하는 가운데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모든 계획이 성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지런히 계획에 맞춰 실천하면 그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성공은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오는 부산물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것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 충실하게 임했는가라는 자기 성찰에서 나오는 것이다. 후회 없는 결과를 위해서는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떳떳한 이는 천만인이 앞에 있어도 두렵지 않다는 성인의 말씀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에 대해 자기만큼 잘 아는 이도 없다. 욕심 많고 이기적인 결점을 알면서도 고치기는 쉽지 않다. 부지런한 쥐의 덕이 있는 반면 욕심 많고 이기적인 결점이 있다는 것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라는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가 사는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부지런하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들이 인색하다거나 욕심 많고 이기적이라서 평범한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것도 왕왕 볼 수 있다.

성공의 전제가 부지런함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평범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에 대한 멸시로 발전한다면 인색해지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질돼 버립니다. ‘나는 부지런하다’는 고정관념이 지나쳤을 때 생길 수 있는 병폐이다. 불교의 경전 가운데 ‘금강경’에서는 ‘나누어 주었다는 생각 없이 나누어 주라’는 구절이 있다. ‘성경’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와 유사한 내용이다. 부지런해서 성공했다는 고정관념과 인색하고 이기적인 결점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곧 가진 것을 아낌없이 이웃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사는 것이다.

무자년 한해는 부지런하게 살고 또한 이웃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는 생각 없이 나누어주는 보람된 삶을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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