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굶주린 야생 노루가 먹이를 찾으러 마을로 하산했다가 때마침 현관문이 열려있던 민가 거실로 뛰어들었다.

30일 오전 8시30분쯤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金正求씨(49) 집에서 거의 탈진 상태에 빠진 2∼3년생 야생노루 수컷 한 마리가 열려있는 현관문을 통해 집안 거실에까지 들어와 거실 입구에 앉아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

때아닌 불청객으로 한때 혼비백산했던 金씨 가족은 지난 주말 왕산면 일대에 무릎 높이까지 내린 폭설로 먹이를 찾지못한 야생노루가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못하자 거실 한 쪽에 자리를 마련해 주고 채소와 우유 등을 주는 등 불청객을 환대하고 있다.

눈쌓인 겨울산을 오랜시간 헤맨듯 두 다리까지 후들거리던 노루는 생소한 환경에 놀랐는지 처음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지만 金씨 가족이 차려준 대추 30여개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이날 정오쯤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金씨는 “겨울철이면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가끔 마을 주변에 나타났지만 제발로 집안까지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연초에 귀한 손님이 집안에 들어왔으니 올 한해 가족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손님을 반겼다.

한편 金씨 가족은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루를 이대로 풀어 놓으면 다시 눈 속에서 탈진할것 같아 道가축위생시험소 동부지소에 신고, 출동한 수의사들이 동물 병원으로 후송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江陵/李振錫 jsle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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