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돈민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내 모든 자산을 가져가더라도 사람들을 남겨놓는다면 5년 안에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을 수 있다.”

알프레드 슬로운 미 제너럴모터스 회장의 말이다.

회사뿐만 아니라 나라와 지역 발전에 있어서 ‘좋은 사람’, 즉 인재의 확보가 화두다. 오죽하면 국제경쟁을 ‘인재전쟁(war for talent)’이라고 표현할까. 90년대에 등장하여 기존의 요소투입형 경제성장론을 대체한 신성장이론에 따르면 인적자본 투자가 기술변화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경제성장률의 핵심변수가 된다. 사람들을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무장하게 하는 역할이 교육이다.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고도경제성장이 높은 교육수준에 힘입었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했던 우리의 교육이 지난 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그 동안 변화하는 세계의 조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국민의식과 교육체제의 경직성 때문이 아니었나싶다.

교육현장 속에 암적 존재로 뿌리내린 사농공상 의식은 다변화해야 할 우리 사회를 획일화하고 왜곡시킨다. 사람들 의식 속에 ‘선비 사(士)’란 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그 가까이 위치에 의사, 변호사 등 소위 ‘사’자 붙은 직업군(최근에는 교수도 이 그룹에 편입되는 추세)이 있다. 현대지식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자기의 역량과 역할에 따라 수평적 그물망을 형성함으로써 지식의 전파와 혁신, 그리고 그를 통한 사회발전의 내생적 동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우리 의식상 돈과 권력을 쥔 정치인을 정점으로 수직적 출세 피라미드가 구축되어 있는 한 다양한 가치와 창의가 발현되는, 이른바 국제경쟁력을 갖춘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높은 교육열은 개인의 자질과 취향에 맞춰 다양한 사회의 구성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통하여 출세 피라미드의 엘리베이터(‘사’자 붙은 직업군)에 타려는 사람들의 줄 세우기 기능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 입학준비를 한다. 대학선호에 대해서는 농담 삼아 이런 말도 오간다. 가장 낮은 수준의 의과대학교까지 정원이 차고 서울대 공대 입학생이 결정된다고. 의대를 나와서도 성형외과 등 소위 편하고 돈 되는 전공의 부문에 희망이 몰린다나? 지역산업의 기초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계고등학교 졸업생조차 산업현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80%가 대학생이 된다.

강원인력개발원이나 한국폴리텍Ⅲ대학의 단기기능사 양성과정 입학생의 30%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졸업생이란다. 정말 우리의 교육현장은 알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할 국정과제가 다섯 개 분야에 걸쳐 발표되었다. 활기찬 시장경제에 이어 두 번째 지표부문이 ‘인재대국’으로써 각각 5개의 핵심과제와 중점과제, 그리고 8개의 일반과제를 담고 있다. 과제에서 나타나는 특성은 시대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대학과 관련된 과제에 상당한 힘이 실려 있고 영어교육 강화와 고교 다양화에 대한 관심,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인력 양성이나 교육자치 등 골고루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과제를 추진할 때 얼마나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부분까지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겠느냐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국민의식에서부터 발원한 현재의 상황에 통합적 시각 없이 대증요법식으로 단편적 정책만이 추진된다면 ‘교육강국, 인재대국 코리아’는 허망한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선호와 전혀 상관없이 운영되는 실업계(현재는 전문계)와 일반계의 이원화된 고등학교 시스템은 무엇보다 먼저 통합체계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전문화된 기능인력 양성의 새로운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

교과과정의 중복성이 큰 현행 중학교와 고등학교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서구에서 하듯이 초-중등 통합과정의 운영도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가 5년 동안 이 어려운 과제들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 백년지대계의 기틀만이라도 세우고 가면 좋겠다. 또한 지방입장에서 ‘시장과 자율, 그리고 경쟁’을 표방하는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크지만 교육부문에서만은 우려 또한 만만찮다. 분권과 자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외국의 경험에서 볼 때 어려운 지방에서 돈을 들여 인재를 양성하면 이들은 더 나은 지역으로 유출되어 그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

또 재정력과 경제력이 양호한 지역의 우수한 교육복지환경을 선호하여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역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교육투자가 지역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교육자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무엇보다 교육재정부문에 있어서 국가의 책무는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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