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김정호
강원발전연구원장
이명박 정부가 오늘 출범한다. 수도권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선진국의 어느 대도시권보다도 비대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개인적 비용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수도권의 비대화를 방치하다가는 국가경쟁력 또한 하락하리라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좁은 공간에 전국 인구와 경제활동의 절반이상이 밀집되다보니 과밀로 인한 체증, 체화, 그리고 각종 공해와 환경오염 등 엄청난 비경제가 발생한다.

협소한 문화 공간, 낮은 녹지비율, 편익시설에 대한 높은 이용밀도, 특히 과도한 주거비 등은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과밀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대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신도시개발은 과밀을 심화시켰고, 엄청난 재정을 교통SOC에 투입했지만 교통체증문제는 여전하다. 그런 규모의 돈을 지역개발에 투입했다면 투자효율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반면에 지방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자본과 기업 그리고 특히 유능한 인재들이 모두 ‘기회의 땅’인 수도권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블랙홀’로 묘사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역이 고루 잘 살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분권자치도 실현 불가능하다. 빈부격차도 결국은 지역간 기회와 교육의 불균형, 즉 지역불균형과 맥을 같이한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자원을 한곳에 집중, 규모의 경제를 꾀하여 쾌속성장을 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다.

그러나 경제가 점차 완숙단계에 이르게 되면 균형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의 공간정책에서 보듯이 균형개발이 이뤄지게 되면 각 지역은 지역특성에 맞게 개발되고, 아울러 분권화도 정착된다.

하지만 균형개발은 50∼70년대 불란서나 미국이 경험했듯이 정부의 강한 의지와 시의적절한 개입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참여정부의 지역균형개발정책은 집행과정에서 시장논리에 역행했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낮다.

지역균형발전도 시장논리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교통.통신과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해주고 토지이용규제를 완화하는 등 낙후된 지역의 입지여건을 개선해 주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도권 등 타 지역과 공정경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입지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도권과 경쟁한다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몫이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볼 때 서울과 수도권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규제를 완화해 인구를 늘리고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의 요체는 산업의 고도화에 있다.

산업구조를 금융, 보험, 부동산과 컨설팅-법률-회계 등 기업지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특히, 국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신에 제조업과 같이 공간수요가 큰 기업은 지방이전을 유도해야 한다. 지방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중소도시가 살아나야 한다. 도시는 지역발전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지속가능한 중소도시들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선진국에서는 첨단기업이나 지식층이 선호하는 도시규모는 대략 10만∼30만 정도이다.

GE, MS, BoA, Intel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본사를 이러한 중소도시에 두고 있다.

경영진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업인들이 거명하는 가장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10개를 보면 대부분 우리가 처음 들어본 ‘작지만 살기 좋고 환경친화적인’도시들이다.

수도권의 비대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대도시를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중국은 아직은 개도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공간정책을 국가경쟁력차원에서 재검토하고 보다 시장친화적인 지역균형발전정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규제철폐가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방안을 마련해서 수도권이 국내도시가 아닌, 선진국의 대도시권과 경쟁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경제를 선진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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