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나무 47종의 개화일을 비교한 결과 지난 40여 년 간 평균 7일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식목일은 국가 기념일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단지 나무를 심는 날이 4월 5일 하루가 아니라 3월초부터 4월말까지 심을 수 있다는 국민공감대가 먼저 필요한 것 같다.

과거 70년대까지는 국토녹화를 위한 나무심기였고, 최근까지가 산림을 경영하고 자원화하기 위한 나무심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나무심기의 목적도 다양해 졌다. 우선 UN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해서도 나무심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 제1차 의무감축 공약기간(2008~2012)이 끝나는 2013년부터는 의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푸른 한반도를 만들고 국민들의 여가와 휴양을 위한 경관림 조성을 위해 목적과 장소에 맞는 나무심기가 필요해 졌다. 이러한 여가와 휴양을 위한 경관림 조성을 위해 북부지방산림청에서는 지역별로 수종을 선택하여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 농촌마을 공한지의 경우 유실수, 속성수, 특용수를 심어 마을경관을 고려하면서 농촌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도시지역의 경우 활엽수, 녹음수 등 공해에 강한 향토수종으로 도시숲을 조성하여 주민의 휴식·문화공간으로 제공하려 한다. 학교에는 꽃나무, 유실수, 열매관상수, 특용수, 녹음수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학교숲을 조성함으로써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해서 북한강을 주변으로 참나무류 등 수원함양 기능이 높은 나무를 많이 심을 계획이며, 문화재복원용 목재공급을 위한 금강소나무를 86ha에 걸쳐 39만 여 본을 심고 가꿀 계획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원주 지정면 판대리에서 식목행사를 가졌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대학생, 그리고 나무심기를 업으로 살아온 임업원로들까지 참석하여 소나무 3000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애써 심은 나무도 한순간의 산불로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 식목일이 청명·한식과 겹치기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나는 이유가 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1일 단위로 가장 많은 산불이 발생한 날이 10년 평균 22건을 기록한 4월 5일 식목일이었다. 그래서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나무를 태우는 날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이다. 그런데 지난 식목일에는 전국적으로 7건의 산불로 3.4ha만 태워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4월 9일이 총선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한 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산불 없는 식목일과 총선으로 역사에 남기고자 북부지방산림청에서는 각종 단체와 산림보호시민연대를 구성하여 1755명의 시민과 8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산불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넓은 산림을 모두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국민들 스스로 산불이 위험하다는 의식을 갖고 산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산통제가 된 산과 등산로를 출입하지 말아야 하며, 허가된 산에 들어갈 때는 인화물질을 가지고 가지 말아야 한다. 담배는 절대로 금지하며, 특히 불을 놓고 음식을 해먹은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Leave No Traces’(흔적을 남기지 말자)라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산과 들, 바다에 여행을 가서는 쓰레기를 되가져오기 위한 운동이었지만 이제는 여행 자체를 즐기는 운동으로 변하고 있다. 즉 바비큐는 자기 집 정원에서나 해먹고 여행을 가서는 간단한 샌드위치 정도의 먹을거리를 준비하여 음식을 해 먹는 시간을 아끼고 여행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산에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불로부터 나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선진화된 산행문화가 필요하다.

구길본 북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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