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

법왕사 스님
며칠 전 선거에서 세번이나 실패했지만 다음에 또 다시 도전 하겠노라던 노년의 신사 분을 보면서 우리네 삶과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지금 나의 삶이 다한 그 다음 장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만 그 삶을 이끌어 가는 주체는 생각 즉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은 모두 밖으로 달아나서 헤매고 있다. 재물에 명리에 소리에 애욕에 헤매고 있다.

왜 그런가.

그 모든 것은 마음의 만족을 구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마음은 부단히 낮은데서 높은데로 향하여 움직인다.

우선 의식에 곤란을 느끼는 사람은 의식문제 해결에 집착한다.

그러나 의식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서 크고 아름답고 편리한 집을 갖고 싶어 한다. 거처 문제가 만족스러워지면 풍족한 경제생활과 안락한 가정, 훌륭한 배우자와 똑똑하고 공부 잘 하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싶어 한다.

그 모든 것이 충족되면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높아지고 싶어 하고, 지위와 명예가 높아지면 다시 권력을, 그 권력에서도 최고를….

이렇게 끝간데 없이 커지는 마음의 욕망은 그만이 없어 결국에는 도저히 다 채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자신의 꼬리부터 몸통까지 뜯어먹는 탐욕의 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이 욕망을 좇는 현상이란 질주하는 말 발굽과 같다.

뒷 발굽이 앞 발굽을 쫓아 잡으려고 하면 벌써 앞발굽은 땅을 박차고 공중을 난다. 달리는 말의 네 발굽은 땅에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백낙천(白樂天)의 시(詩)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란 흡사 꽃 따러 다니는 벌과 같아 아침저녁 동서로 날아다니느라 바쁘다 많은 백가지 꽃을 따다 꿀을 만들어 놓았댔자 결국은 신고(身苦)한 것이 한마당 허사로다’

백낙천은 인간이 욕망에 얽히어 사는 모습이 꿀벌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라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가난해야 즐거움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날이 갈수록 무섭게 번져가는 개인 인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의 만연은 이렇듯 만족함이 없이 개개인의 욕망만을 좇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수처작주(隋處作主)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도 주인의식을 갖고 아끼고 사랑하며 겸양으로 잘 지키란 뜻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수처작주의 마음으로 살아갈 때.

진정한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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