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잠을 설쳤습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졸업후 삼십년 만에 고3 담임 황석호 선생님을 모시고 봄소풍을 가기로했으니까요.

장소는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정했답니다. 이번 모임엔 스승의 날이 들어있어 선생님을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경기도에서 오는 친구. 서울에서 오는 친구. 춘천에서는 한꺼번에 모여 출발을 했지요. 주차장에 도착하니 선생님께선 우리에게 줄 선물 보따리를 들고 벌써 와 계셨습니다. 일부러 서울 인사동까지 가셔서 각각 다른 모양의 전통매듭 열쇠고리와 남자 친구들을 위해서는 줄자를 준비하셨습니다. 배가 나오는 40~50대 중년에 대한 건강을 걱정하시는 배려깊은 선생님의 선물이지요. 우리 역시 강원도 토박이들이라 등산하실때마다 드시라고 쑥찰떡 한말을 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스승의 날은 지났지만 예쁜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돗자리펴고 건배! 닭갈비집 장순이. 닭갈비를 맛있게 볶아왔네요. 슈퍼하는 친구는 맛있는 군것질거리를, 농사짓는 친구는 취나물, 참나물,상추, 영양부추 등등을 준비했습니다. 모두들 전공대로 돗자리 위로 먹거리가 풍성하게 쏟아집니다. 예나 지금이나 예쁜 친구는 하이힐에 핸드백 하나만 달랑. 그래도 새벽같이 멀리서 와준 친구가 고맙기만 합니다. 사진관하는 친구 여전히 멋진 폼으로 셔터를 눌러댑니다. 그럴 때마다 모두들 뱃살 가리기에 바쁩니다. 어쩌면 고교 졸업후 삼십년이 지났건만 모두들 변함없는 그 모습 그대로 인지요. 별명이 뻥쟁이인 친구 여전히 말끝마다 뻥치고. 여전히 얼굴이 발그스름한 홍당무. 지금도 빨갛고 내숭쟁이입니다. 너무나 착해서 지금도 ‘나착함’ 인 친구. 학창시절 중대장은 지금도 중대장. 고 3 실장은 지금도 실장, 수줍움 많던 장순이. 홍천군의 배나온 면장 남홍이. 학창시절에도 애늙은이 갔더니 지금도 여전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교사생활을 하고 싶으시다는 우리 선생님, 여전히 나이먹은 제자들의 장난에도 미소만 지으시는 선생님, 누가 스승인지 제자인지, 우리가 나이든 탓인지, 아니면 선생님이 등산을 좋아하셔서 젊음을 유지하고 계신 덕분인지 잘 모르겠네요. 오늘 하루가 그렇게 지나고 있네요.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늘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는 걸 어찌합니까. 봄소풍이 너무나 행복해서 자꾸만 가슴이 설레는걸 어찌합니까. 홍순양·특기적성 실기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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