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기 영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매체는 유권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민주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언론매체는 뉴스를 선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지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정파적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편파보도하는 것은 문제다. 최근 보수언론들이 정부의 입장을 편향적으로 옹호하고 촛불집회의 일탈행위를 과장하여 폭력성으로 매도하면서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편향적 보도는 실은 우리나라 신문 시장구조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산업의 시장구조는 신문이 정치적 콘텐츠와 의견을 생산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재단에서 실시한 언론수용자조사에서 신문구독률을 살펴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 조사에서 올해 신문구독률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996년의 70%에 비해 약 반이 줄어든 셈이다. 신문의 신뢰성이 하락하니 신문 보던 사람도 절독하거나 다른 매체로 전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아무튼 더 궁지에 몰린 것은 신문시장을 50년간 지배해온 보수 재벌신문이다. 시장환경이 열악할수록 재벌언론은 이윤 추구를 위해 광고주를 더욱 옹호하는 친재벌적 편향보도를 하거나 사주의 정치적 이해와 경제적 실리에 따른 왜곡보도를 하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촛불집회에 대한 편파보도로 광고주 압력운동까지 몰고 왔던 보수신문들이 진보신문들을 오히려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그나마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해온 진보신문들의 구독 점유가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론형성의 중심이었던 보수언론들이 과거에는 소수 좌파신문으로 간주하며 무시했던 진보신문을 시장에서 경쟁의 대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촛불집회로부터 등장한 일인 미디어들에 의해 보수언론의 편파성이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디지털카메라, 핸드폰, 와이브로로 무장한 일인 미디어들이 촛불집회의 구석구석을 생중계하면서 보수언론의 편향적 게이트키핑에 대항하는 한편 블로그 공론장은 여론형성의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였다. 혼자서는 보잘것 없는 미디어가 모여서 거대언론의 편향성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촛불집회를 이끌어왔던 아고라와 같은 블로그 공론장은 신문처럼 정해진 순서대로 질서있게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블로그 공론장은 어수선한 휴식시간에 다양한 주제로 서로 제각각 잡담하는 형태이다. 각자의 톤과 모양으로 잡담하는 과정에서 과연 전체를 표현하는 여론이 형성 되겠는가 의문이 되지만 이는 과거의 사고방식이다. 엘리트 지성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개성으로 어우러진 집단지성인 것이다.

새로운 공론의 장 속에서는 새로운 언론수용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무장한 디지털 개성세대이며 누구로부터의 간섭도 싫어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마음에 안드는 것은 꼬박꼬박 아니라고 표시하고 생각이 다를 경우에는 꼬치꼬치 따져 묻는 집단이다.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일은 꾀를 써서 반드시 괴롭히는 행동주의자들이다. 디지털 시민세대는 보수언론의 근엄함을 발랄하게 일인미디어로 창피를 주면서 뉴스통제력과 그 편파성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 여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장과 목소리들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해야한다. 이러한 언론환경이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 촛불집회를 통해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찬란했던 신문의 위상을 회고하며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며 억지를 부리고 호통도 치지만 다시 그러한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변화하는 길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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