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맥주가 병맥주보다 많이 팔리면 여름의 시작’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는 또 있다.

공포영화의 개봉이 그것. 5월 들어 날씨가 좀 더워진다 싶더니 어김없이 2편의 공포영화가 극장가에 걸렸다.

‘엑소시즘’과 ‘진저스냅’. 두편 모두 예전 공포영화의 변주지만 공포물로서의 수준은 전작들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는 평.

‘엑소시즘’은 그 제목에서도 짐작이 가지만 최고의 공포영화중 하나로 꼽히는 ‘엑소시스트’의 아류쯤되는 영화다.

악령과 신부의 싸움을 통해 나타나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선과 악의 대결, 린다 블레어가 보여주는 섬뜩한 연기를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영화 ‘엑소시즘’이 가는 방향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카톨릭 신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마야는 유년시절 악령에 씌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런 그녀를 라렉스 신부가 구해준 후 그녀는 그의 조력자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라렉스 신부가 가족을 살해한 수학교수 헨리 버드슨을 구원하기 위한 엑소시즘 의식에서 실패한 후, 혼수상태에 빠지자, 곧 다가올 사탄의 음모를 막고자 막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먼저, 버드슨이 써놓은 의문의 숫자 암호를 해독하는데 성공하는데….

‘엑소시즘’은 영화자체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영화속에 나오는 신비롭고 경건한 엑소시즘 의식이 볼거리로 장식되고 있다. 그중 귀신쫓기 의식장면에서는 실제 로마 카톨릭 신부의 고증과 집전에 의해 촬영됐다고 한다.

평소 ‘인간의 본성에 악마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진저스냅’역시 공포영화의 고전인 ‘캐리’에 늑대인간 전설을 적당히 비벼낸 B급 영화. 캐리가 그랬듯 이 영화의 소녀들은 남들보다 생리를 늦게 시작한다.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매 진저와 브리짓은 자살만을 생각하며 세상에 자신들을 가둔 채 점점 세상과의 담을 만들어 가고있는 틴에이저.

어느 날, 공원을 배회하던 진저와 브리짓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습격을 받고 진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지만 이상하게도 상처는 곧 아물어 버된다. 그 후로 진저의 몸에는 특이한 변화들이 일어나게 되고, 그녀는 그것을 단순히 10대에 처음 겪게되는 신체적 변화로 받아들인다.

진저의 변화를 눈치챈 브리짓은 언니를 예전모습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저는 차츰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성적 본능과 살인의 본능에 휩싸이게 되고 그녀의 주변은 서서히 죽음의 공포가 감돌기 시작하는데….

공포영화가 여름마다 줄기차게 개봉되는 것은 작품성에 그다지 목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 물론 공포영화에도 명작은 있지만 좀 수준이 떨어진다해도 아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게 공포영화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趙眞鎬 odysse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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