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반세기만에 지난해 서로를 부둥켜 안은 혈육 상봉은 한반도를 온통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겨레의 만남’,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다.

분단과 전쟁이 가져온 한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 가장 먼저 개최된 회담이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적십자회담이었다는 점도 남북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에 인식을 같이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이후 올해 초까지 남북 양측은 세 차례에 걸친 이산가족 교환 방문, 두 차례의 생사 및 주소확인, 한 차례의 서신교환이 이뤄졌다.

도내에서는 3차에 걸친 이산가족 상봉으로 16명이 평양을 방문해 꿈에도 그리던 부모 형제와 자식을 만나 얼굴을 비볐고 17가족이 북에서 온 가족을 반겼다.

이 기간동안 남북을 합해 총 3천630여명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고 1만213명이 생사(생존 6천142명, 사망 4천71명)를 확인했다.

또 600명의 이산가족이 편지를 보냈고 비전향장기수와 납북자 국군포로를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71년 8월 12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이후 지난 92년까지 20여년간 70여회의 남북적십자회담 끝에 85년 남북 양측 각 50명의 방문단 교환이 이뤄졌던 것에 비하며 엄청난 진전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반해 이산가족 상봉은 일회성과 이벤트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가 하면 호텔에서 동숙조차 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하는 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

이에따라 항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면회소 설치 등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차 상봉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다시 ‘짧은 만남 긴 이별’의 소강상태에 빠졌다.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어 하루 빨리 가족을 부둥켜 안고 싶은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이 남북 양측의 이해 관계속에 또다른 아픔으로 다가서고 있다.

1년전 남북정상회담 장면을 보고 잔칫상을 벌이고 축제를 연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지난 1년동안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청호동 朴林學노인회장은 “청호동 실향민 가운데 단 한 명도 상봉자에 포함되지 않아 서운하다”며 “하루라도 더 빨리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돼 우리 실향민들이 죽기전에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북5도민회 韓利道도연합회장은 “금강산 육로관광이 실현되듯 이산가족 면회소가 조기 설치돼 분단의 고통속에서 살아온 수 많은 혈육들의 뜨거운 만남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남북의 이해관계를 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체제대결이 아닌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이북이 고향인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갈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후 도적십자사와 이북5도사무소, 민주평통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접수된 도내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는 5천명을 넘어섰다.

金根成 roo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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