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흔쾌히 허락하는 것을 보면

자연의 순리를 알겠다.

몸은 괴로움이 많겠지만

잎은 자유를 찾아 떠난다.



쓸쓸함이 눈부시고

이제 맞이할 열매를 위해

가지마다 맑은 하늘을 매단다.



머나 먼 여행길이 훤히 열리고

떠나는 잎을

이젠 자식으로 여기 지 말라.



열매는 대지의 아들이니

그것은 한 해를 기다린 약속이다.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입는데

옷을 벗는 나무는

너무 춥지 않겠는가.



훤히 뚫린 숲길에

금빛 무늬가 깔리고

내가 밟고 가도 좋으냐.

내 어찌 외로움 없이 밟고 가리

이 길을 가면

삶에 지친 몸을 받아 줄

세상이 있을까.



네 앙상한 가지에

내 서투른 노래나

매달아 본다.

정일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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