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와 경포호는 강릉을 상징한다.

이정자와 호수가 있어 강릉에는 시문학이 꽃 피었고 나아가 정자문화와 풍류문화도 양산시켰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호수 주위에 있는 정자다. 경포호 주변에는 우리 나라에서 유형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자(16개)가 있는 데 그 정자들은 한결같이 호수로 향하고 있다.

경포대는 호수 북서쪽 언덕에 위치해 호수와 바다 강문 초당 죽도봉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있고 호수는 예전에는 그 둘레가 40여리나 될 정도로 넓었고 사람이 빠져도 목숨을 잃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얕아 군자와 같은 덕을 가지고 있다고 해 어진개(군자호)라고 한다.

호수와 정자가 잘 어울린 경포는 관동 제일의 경치를 자랑하여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궁중화가를 시켜 이곳의 경관을 그리도록 하였는데 궁중화가는 정자에 올라 시원스레 펼쳐진 호수를 내려다보며 바다 죽도봉 초당의 소나무를 그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자에서 이런 시원스런 멋을 느낄 수 없다. 정자 주변에 있는 벚나무 때문에 발아래의 호수는 물론이고 멀리 펼쳐지는 초당의 솔밭 죽도봉 바다도 숨바꼭질을 해야만 겨우 볼 수 있다. 정자에서 달뜨는 모습과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보는 것이 장관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호수나 길가에서 멀리 죽도봉에서 정자를 볼 수 없다.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경포대 주변의 벚나무는 20년대 말이나 30년대 초 일제가 심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일제 강점기때 심은 벚나무를 없애고 경포대를 본디 모습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벚나무를 없애야 하는 이유는 먼저 정자의 부식 때문이다. 정자가 벚나무로 쌓여있어 햇볕이 들지 않고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아 습기가 자주 차 기둥과 서까래 부식이 가속되고 또 나뭇잎이 지붕 위에 떨어져 썩으면서 기와를 훼손시키고 빗물도 고이게 한다. 다음은 정자의 조망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율곡 선생이 정자에 올라 달뜨는 모습을 보고 “달이 어둠을 뚫고 나오면 용궁에 있는 흰빛 천층탑을 볼 수 있다”고 했고 장유(한문 4대가)는 “경포대는 사람의 얼굴로 말하면 눈썹과 같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과연 정자에서 달뜨는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한가위 날에 개최하는 경포 달맞이 가는 길 축제 때 경포대에 올라 바다 위에서 떠오른 달 호수에 비친달 초당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강문 포구에 불을 밝힌 배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일제의 불순한 동기를 극복하는 일이다. 30년대는 어떤 시대인가. 일제의 잔인한 탄압의 시대가 아닌가. 일제의 만행이 극악무도할 때 그들은 강릉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자의 주변에 활착력이 강한 벚나무를 심어 강릉의 자랑인 정자의 본모습을 없애고 정자와 호수를 분리시키고자 했다. 이런 음흉한 저의가 담겨 있는 경포대 앞 벚나무는 없애야 한다.

아울러 이 기회에 정자 앞에 있는 조형물도 정자로 들어오는 들머리로 옮겨야 한다.

金起卨<강릉민속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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