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봉호

동북지방통계청장
물가상승은 통화량이나 임금상승과 같은 경제적 요인 이외에 정치·사회 불안 등 여러 가지 경제 외적 요인도 함께 작용해 발생하는 경제현상이다.

따라서 어느 시기에 물가가 얼마만큼 올랐는가 하는 것은 당시의 국민생활은 물론이고 국내외의 정치·사회적 안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하겠다.

지난 반세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196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까지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연간 1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원유가격이 1974~75년에는 4배, 1980년대 초에는 2.2배나 큰 폭으로 올라 그 여파로 소비자물가도 연간 20% 이상씩 급등했다. 이후 1982년부터 물가는 안정기조로 돌아서 한자릿수의 상승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도 경제 저성장과 시장개방에 따른 농산물 등의 수입증가로 연간 3%내외의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승률이 누적돼 우리나라 현재의 물가 수준은 1965년 수준과 비교해 32배, 1970년 대비 18배, 1983년 대비 3배, 1991년 대비로는 2배가 오른 결과를 초래했다.

1965년과 비교해 무려 32배나 오른 것은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1970년대 및 1980년대 초반에 물가가 매우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32배나 물가가 올랐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965년 당시에는 100원으로 목욕을 하고(30원), 자장면을 사먹고(35원), 다방에서 커피를 마셔도(30원) 5원이 남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평균가격 통계가 없어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따르지만 만원으로 세 가지 모두를 하기는 쉽지 않다. 물가가 오른 것만큼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목욕료, 자장면 값, 다방 커피 값 등은 물가변동이 큰 품목에 해당된다. 물가가 덜 오른 품목을 살펴보면 1985년 대비 운동화는 1.7배, 쌀은 2.5배, 담배는 3.2배, 남자 정장은 1.5배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TV의 경우는 1985년 당시의 브라운관 TV를 지금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그 때 가격보다 오히려 5~6배나 싸게 살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별품목의 물가변동에서 보듯, 전반적으로 음식 값과 개인서비스 요금 등이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정부가 수매가격을 관리한 쌀값이나 일반 공산품 가격 등은 평균 상승률보다 낮게 가격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그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물가상승은 통화량, 임금, 부동산 가격, 국제원자재 가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심리적 요인도 개입돼 있고, 이러한 요인을 지배하는 국내외의 정치·사회·경제적 여건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나라 물가 여건을 보면 경제규모의 확대, 산업구조의 선진화, 개방화 등으로 물가 교란 요인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커졌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GDP는 1975년의 10조원에서 2008년에는 1000조원으로 백배나 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소매업이나 물류 부문 등 유통구조가 취약한 면이 있다. 또한 원유 같은 경우 국내 부존자원이 없어 국제적 자원 파동이 발생하는 경우 대응에 수동적으로 이끌려야 하는 취약한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물가교란요인이 제거돼 현재와 같은 2~3% 내외의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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