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며칠전 오후, 모처럼 백담사 단풍이 핏빛으로 어우러진 계곡을 보러 동료들과 달려갔다. 역시 관광 시즌이라 백담사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유료주차장이 차고 넘쳐 외딴 곳 주차장까지 성시를 이루어 도민으로서 흐뭇하기까지 했다.

먼저 백담사 경내를 훌쩍 돌아보고 나오니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관광객들 틈에 끼어 느낀 것은, 보면서 입을 즐길 장소가 없다는 것이 참 한심스러웠다. 하산한 사람들은 입구를 서성이며 한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먹거리 판매란 입구에 허술한 음식점 한군데요, 상가는 민박 옆에 구멍가게 두어 개가 전부였다. 물론 연중 관광객이 들끓지는 않고 관광철만이라는 한시적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상가나 주점을 허가해주어 두어달 만이라도 관광객의 호주머니 돈을 우리 강원도에 아낌없이 훌훌 풀어놓고 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같이 있던 선배 동료가 언뜻 세어봐도 관광객을 가득 싣고 머리를 밀고 숨가쁘게 들어오는 버스만 해도 60대가 넘었다. 입구 주점을 운영하는 주인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비가 내려 조금 찾은 거라고 한다. 주점은 한 개 완전 독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확장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집을 떠나 훌쩍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차안에서 서성이지 않고 비를 맞으면서도 흙내음을 맡으려 특산물 구경을 하고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강원도와 인제군은 속히 임시 점포를 허가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장소가 협소해 여의치 않다고 하겠지만 유료 주차장 아래 넓은 공터도 가능하지 않는가!

많은 아마추어 산악회원 거의가 아줌마들인데, 도시서도 먹는 아이스크림 몇 군데 하는 것 가지고 주머닛돈이 나오겠는가?

한산한 백담 삼거리 점포들에게 한시적으로 자리를 내 주어 관광소득에 한 몫을 차지해야지 휴지와 오물만 받아줄 것인가!

만산홍엽을 앞당기는 가을비 내리는 저녁, 마음은 온통 관광객을 유치할 점포 생각으로 기암절벽에 내리 달리는 단풍의 멋을 놓친 것이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이응철(양구종고 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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