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찬양한 ‘치욕의 그날’
상징적 그림·화려한 문양 통해 한일병합 미화
우리 민족 탄압한 ‘데라우치’ 얼굴 상당수 등장

▲ ‘한일합방가’ 노래가사가 조선의 ‘남대문’과 일본의 ‘니쥬바시’와 함께 살려 있다
▲ 이완용, 데라우치 마사타케, 카츠라 타로(사진 왼쪽부터) 등 3명의 얼굴사진과 한일병합 호외 기사 등으로 꾸민 기념엽서
‘합방이 되었다. 팔도의 산하도 우리의 영토. 신공왕후 이래 오늘 이날을 기다리고 기다린지 2000년. 태양의 햇살 같은 우리 군대의 은혜를 계림의 백성 지금보다도 널리 함께 누리리다.’(일본 호우치신문사가 만든 한일합방가 중)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올해 일본이 한일병합조약 체결을 기념해 발행한 다양한 우편엽서가 공개(본지 8월 27일자 5면)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민일 전 강원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일본이 1910년 8월 29일 한일병합(韓日倂合)을 미화하기 위해 발행한 우편엽서 5장을 공개했다.

이번에 본지를 통해 공개된 엽서 5장은 현재 통용되는 우편엽서와 비슷한 크기(가로13.5㎝·세로 9㎝)로 화려한 컬러 문양 장식과 흑백사진으로 인쇄돼 있다.
▲ 제1대∼제3대 조선 통감부 청사와 제1대 조선총독부 청사를 담은 그림엽서
▲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되는 엽서다. 순종황제와 일왕(명치황제) 사진이 나란히 실린 엽서로 ‘우존좌비’(右尊左卑) 사상을 엿 볼 수 있다.

첫 번째 엽서는 호우치신문(報知新聞)이 한일병합을 호외(1910년 8월 29일자) 발행한 기사와 병합을 주도한 ‘이완용 총리대신’, ‘데라우치 마사타케 조선총독부 제3대 통감’(초대 총독), ‘카츠라 타로 일본수상’ 등 3명의 얼굴을 동시에 실었다.

이 엽서에는 ‘조서환발’(詔書渙發) 즉, ‘천황의 조서가 불꽃을 발하다’는 뜻의 제목을 단 기사와 병합 내용, 조약 발표문도 함께 담고 있다.

두 번째 엽서의 경우 ‘우존좌비’(右尊左卑) 사상에 따라 좌측에 순종황제, 우측에 일왕(명치천황)을 싣는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한일합방가가 실린 세 번째 엽서는 호우치신문사가 제작한 노래와 함께 일왕이 사는 에도성 앞 니쥬바시(二重橋)를 우측상단, 남대문(광화문이 아닌) 사진을 ‘조선왕성’이란 이름으로 좌측 하단에 배열했다. 역시 우존좌비를 철저히 따랐다.

치욕의 역사가 생산된 제1대∼제3대 조선 통감부·제1대 조선총독부 청사를 담은 네 번째 엽서는 하단에 영문으로 조선 정부(THE GOVERNMENT OF CHOSEN, SEOUL)로 표기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임을 암시하고 있다.
▲ 조선총독부 제3대 통감을 거쳐 초대 총독에 취임한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야마가따’ 정무총감 등의 사진을 실은 기념엽서.

마지막 엽서는 제1대 조선총독부 총독 데라우치 취임(1910년 10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야마가따’ 정무총감 사진 등이 함께 실려 있다.

박민일 전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엽서는 상징적인 그림과 화려한 문양으로 미화해 병합을 정당화 하고 있다”며 “조선주차헌병조례를 발표하고 헌병무단정치를 시행해 우리 민족을 탄압한 데라우치의 얼굴이 상당수의 엽서에 등장하고 있어 씁쓸하다”고 경술국치 100년의 의미를 전했다.

윤수용 ysy@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