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한동대 석좌교수
나는 춘천에 올 적마다 소양로2가 기와골을 춘천의 한옥마을로 가꾸었으면 여러 모로 좋겠다는 생각을 간직해 오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서울의 북촌이 전통한옥마을로 재탄생되어 현재 서울의 관광명소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더욱 강해졌다. 또 전주에도 한옥마을이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부엌·변소와 같은 한옥의 불편한 부분은 현대식으로 개조하되 한옥이 가지는 멋과 맛을 그대로 살리면 주거공간으로도 아파트와 비교할 바가 아니게 훌륭하다는 점은 인터넷 등에서 이미 널리 잘 알려지고 있다. 거기에 골목문화가 살아나고 각종의 공예점과 공방, 전통찻집, 기념품가게들이 들어서면 춘천이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더구나 거기에 겨울연가의 ‘준상이’ 집까지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일본의 전통마을이라 할 교토나 나라에 가 보면 좁은 골목의 전통마을이 죽은 마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마을로 보전되어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몇 년 전 나는 일본인 교수들을 준상이의 집으로 안내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인 교수들은 준상이의 집을 나와 골목길도 걸어보기를 원해 그곳 기와골의 여러 골목길을 안내해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때 골목길들은 정겨웠지만 집들이 유령 나올 집 같이 너무 퇴락해 있어서 보기가 민망했다. 그리고 교토나 나라의 골목길들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외국 관광객들로 정겨워할 우리의 골목문화를 살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준상이의 집을 찾는 관광객들이 준상이의 집을 나와 자연스럽게 둘러보면서 기념품도 사고 전통차도 마시는 그러한 관광명소로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춘천이 자랑하는 곳은 실은 호반 등 자연경관이나 자연과 관련된 것이 주이고 막국수와 닭갈비가 있을 뿐이지 역사나 문화를 보여줄 도시나 마을이나 건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춘천이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중요한 역사적 도시이지만 이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 외의 증거물은 없는 것이 아닌가? 준상이의 집이 그 대들보를 보면 1938년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역사적 건물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곳의 기와집들은 비록 돌보지 아니하고 개조되고 하여 지금은 비루하기 짝이 없지만 춘천에서는 가장 오래된 건물들이라 단언 할 수 있다. 6·25전쟁 후 수복해 돌아와 보니 시내가 전부 초토화되어 있었지만 기와골은 파괴되지 아니한 채 서 있었다. 해방 이전부터 서 있는 건물들은 그곳밖에 없다. 경춘선이 1939년 처음 개통되었다지 않는가? 춘천의 전통적인 골목문화를 보여줄 곳은 그곳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사실 춘천의 멋은 자연에 둘러싸인 도시의 아름다움일 터인데 느닷없게도 멋없는 고층아파트군들이 여기 저기 들어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오히려 해치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춘천의 자연환경을 개의치 아니하고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의 한 부분을 떼어 옮겨놓은 듯이 개발하여 혹시 편리할지는 몰라도 결코 춘천의 아름다움은 살아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위봉문을 중심으로 옛 관아는 복원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 향교도 거기에 시민의 또는 대학의 한학, 문학교육 등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음악연주회도 열리는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개 넘어 기와골이 골목문화를 보여주는 전통한옥마을로 살아나면 그나마도 춘천이 대학, 박물관, 교향악단, 인형극장, 마임축제 등과 함께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는 도시로 거듭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통한옥마을을 포함하는 춘천의 그러한 재탄생에 시청과 도청의 선도적 역할이 요구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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