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강원도 사람들은 산들을
옆구리에 끼고 살아왔다
가까운 사람 등을 긁어주는 걸로
산줄기를 타고 오를 줄 아는
강원도 주민들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으로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깊이 있게 관조하는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산에게 곁을 주기를 즐기는
강원도 사람들은
사색의 확장을 먼 산을 통해 얻고
자신의 든든한 배경으로 산을 펼친다
산은 강원도 상징체계의 정점이지만
휴대품처럼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을 수 있는 것이어서
굳이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때로 산은 콧잔등에 실리기도 하고
발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인걸·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