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昶杉 <영서본부 취재부장>

“왜 야성일까”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국내 의학계의 거목 故 野聲 文昌模 박사가 18일 모든 이들의 슬픔을 뒤로 하고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그는 깊은 신앙심과 무욕(無慾)으로 한평생 기독교의 사랑과 봉사, 희생정신을 몸소 실천한 분으로 특히 원주지역에서는 그가 남긴 사회적 발자취로 인해 ‘정신적 지주’ 또는 ‘큰 별’로 각인돼왔다.

기자는 故 文昌模 박사가 타계한 직후 그의 일생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보기드문 인물이라는 주변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호가 野聲일까”

유족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 뿐이었다.

고인과 절친했던 지인들도 “할말 다 하는 솔직한 성격이 야성(야당 기질)을 닮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정확한 답변을 못했다.

심지어 고인과 30년넘게 사회활동을 함께 했다는 한 지역인사도 “원주가 재야의 목소리가 큰 지역이라서 그것에 연유해 그렇게 호가 지어졌을 것”이라고 다소 그럴 듯한 추론으로 답변을 했다.

그러나 무릎을 딱 칠만큼 속시원한 답변은 아니어서 궁금증은 계속됐다.

더구나 원주지역에서 큰 별로 추앙받던 분인데도 고인의 호가 어떤 뜻에서 지어졌는지 아는 지역주민이 별로 없다는 것도 다소 의외였다.

그러던 중 기자는 고인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한평생을 살았으니 혹시 신앙과 관련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고인을 잘아는 목사님 한분에게 물어봤더니 “성경에 기록돼있는 세례자 요한이 들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며 외치는 목소리에서 따온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변해줬다.

아울러 생전에 고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을 헐뜯거나 속이고 부패로 얼룩지고 음란한 모습이 판치고 있는 것을 탄식하며 세례자 요한이 외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는 말을 깨끗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한 책임감과 경고의 말로 새겼다고 덧붙여 설명해줬다.

“아, 그래었구나”

국내 의료 교육 정치 종교 사회사업 등 각 분야에서 커다른 족적을 남긴 野聲 文昌模 박사는 이제 영원한 안식처로 떠났다.

故 文박사의 일생은 생전에 그가 주변에 고백했듯이 바쁜 일상과 무취미로 살아와 남들이 보기에는 매력없이 산 삶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떠나간 빈 들(자리)에서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깊이 되새겨봐야 할 많은 무언의 소리가 울려퍼질 게 분명하다.

일생을 통해 보여준 근면성실함과 검소함, 하면된다는 자신감, 두려움을 모르고 할 말을 다하는 강직함, 일에 대한 열정, 무욕, 남에게 기꺼이 베풀 줄 아는 훈훈한 인정미, 겸손함 등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물질만능이 판치는 우리 사회 현실속에서 교훈과 함께 진정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국가 번영과 안정, 국민의 자유와 행복추구 등에 힘을 쏟아야 할 정치인들이 이해타산에 따라 이합집산이나 상호 비방을 일삼고 권력다툼에 몰두하는 오늘의 정치현실에 비춰볼 때 文박사가 생전에 남긴 외침들은 정치인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도 남을 것이다.

고향도 아니면서도 원주 발전을 위해 앞장섰던 그의 깊은 원주사랑은 이미 지역 토박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을 정도다.

이제 고인은 갔지만 고인의 남겨진 흔적들은 오래도록 곳곳에 배어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정치 계절을 맞아 故 文박사가 자신의 호로 삼았던 野聲의 진정한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적어도 원주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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