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멈춘 사이로 드러난

물풀들의 오체투지를 본다



바닷가 심장 속에 잠겨 있는

관세음보살 향해

일제히 오체투지로 경배하는

물풀들의 지칠 줄 모르는 삼천배가 장엄하다



바다의 발원지로부터

고독하고 치명적인 그리움이 차올라

팔만사천의 탑돌이를 해야만

물길이 트이는 장마, 아니

욕심의 다비식을 불러 올

물풀이여

고개를 쳐들어라

고독한 분노와 뜻 모를 슬픔이

물살에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욕심의 찌꺼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물풀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달빛의 울음소리를 담아

밤을 지켜 내기도 하는 것을

물풀이 장맛비에 일제히 눕는 것은

일제히 일어나 다시 엎드릴 것을 준비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성자의 오체투지인 것을,

김남권 시인·들꽃세상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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