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가 대세인 세상이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 등 잘 나가는 오락방송을 보면 포맷이 동일하다. 모두 무리를 지어서 사회를 보는 형식이다. 이제 개인이 주목받는 세상이 아니고 개성을 가진 낱낱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개성표출을 바탕으로 통일된 전체를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개성과 협동이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조화를 이루려면 무리 속의 올바른 구성원이 되기 위한 매너가 필요하다. 방송에 보여지는 개인들이 절제 책임감 이타심을 발휘하여 훌륭한 무리를 만드는 그런 매너말인데 우리 같은 범인에게는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바로 ‘군중심리’ 때문이다.

자제력을 잃고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특수한 심리 상태를 ‘군중심리’라고 사전은 정의 내린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르봉 (Le Bon)은 개인이 군중 속에 속하면 익명성을 얻게 되고 이로 인한 책임의 분산으로 개인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감정에 충실한 행동 양식들이 나타나게 된다며 군중심리의 어두운 속성을 이야기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불이 나서 정신이 없을 때 물건을 도둑질한다’는 의미의 ‘진화타겁( 火打劫)’이라는 전술이 나온다. 결국 이는 적이 불행에 빠졌을 때 공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라는 뜻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거창한 의미가 내포되지 않은 ‘진화타겁’의 상황이 일어났다면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을 일이다. 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폭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떤 이유로든 설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범죄에 많이 연루되어 ‘그들이 왜 그랬을까’ 분석이 난무하다.

SNS 시대에 또 다시 군중심리가 주목을 받는다. IT기술발전을 이용한 소통 등이 집단행동을 손쉽게 하는 까닭이다. 영국에서도 이번 폭동이 커진 이유 중 하나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또한 스마트폰 등 폭동과 소요에 가담을 유도하는 시스템의 무차별한 확산을 지적한다. 매체의 발달 만큼이나 군중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일들이 질적 양적으로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자격을 갖춘 군중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매너와 도덕심으로 개인 스스로 무장되어야 하는지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어쩌면 영국폭동의 사례는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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