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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설치미술전을 마치고

성민 2011년 09월 23일 금요일
   
▲ 성 민

홍천 백락사 주지스님
분주한 시간이 지나고 햇살 좋은 마당가에 가지도 말리고 호박도 말리면서 아직 철수하지 않은 환경설치미술 작품을 보노라면 문득 삶이 예술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욕심을 부려 이웃이 농사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가지며 호박을 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건조기에 말리기도 하고 햇볕에 말리기도 하는 시간이 의외로 품이 많이 들고 공이 많이 들기도 하기 때문에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농사지은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말리는 고통은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부러 가져다주는 이웃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가치가 생겨 밀봉시켜 잘 챙긴 농산물을 음식 귀한 겨울에 산사에 보낼 생각을 하면 마당가에 널린 가지런한 가지며 호박이 하나의 설치미술작품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이곳 행사에 참석하신 어느 작가분의 맑은 심성은 짧은 대화에서도 느껴지고 이곳이 너무 좋아 부인과 함께 작품 철수를 하러 오신 그 날은 차 한잔 나누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사는 곳을 개축하여 준공을 받으려 하니 2평을 허가상 줄여야하는데 우선 작업실이 아닌 창고로 허가를 받으면 안되겠냐고 담당 공무원이 오히려 부탁을 했답니다. 자신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고 거짓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친 예술 공간을 창고라 할 수 없어 모두 부숴버렸다는 후일담을 듣고는 무모하리만치 강한 진정성의 삶의 바탕이 느껴져 누군가를 아는 것이 갑자기 행복해졌고 주변에 있는 고집불통들의 인생들 또한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집 주변에 밤나무가 많은데 멀리서 차를 대절하여 밤을 주워가곤 하면 옆집에서 오히려 밤을 보호해주려고 안달이고 정작 자신은 겨우내 먹을만큼 조금만 챙기면 되지 않겠냐고 부부가 즐겁게 웃으며 당신 집의 밤나무이야기를 할 때 이제 익어 가는 백락사 밤나무가 눈에 띕니다.

낯선 이웃이 가끔 밤을 주워 갈 때 “저희 먹을 것도 남겨주세요”라고 했던 인사가 이제는 부끄러워지고 당신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나 작품을 할 수 있을 때임을 말할 때에는 가끔 보내주었던 초대장에 응하지 못한 불성실이 작가의 가장 숭고한 모습을 놓쳤다는 반성으로 이제는 누군가의 초대장이 모두 새롭게 보입니다.

미묘한 가을색의 느낌이 만연합니다. 너무 시려서, 너무 맑아서, 너무 높아서 가을은 가슴에 남는 것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래 기억되어서 아직도 남겨진 작품들이 가을 빛으로 더 찬란해 보입니다.

또, 가지를 말리면서 포개지지 않게 그리고 가지런히 정리하여 널면서 주변의 많은 행사들을 가슴에 펼쳐 봅니다. 가장 최선을 다하고 가장 행복해 하면서 나를 초대한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면 함께 할 수 있음이 가장 큰 행복이고 누군가를 초대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큰 즐거움인 것을 알겠습니다.

가을 결실들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은행은 씨알이 굵고 밤은 풍년일 것 같습니다. 호두도 대추도 구색을 갖추었고 배추 무 또한 걱정을 덜었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익어 가는 것처럼 예술의 향기가 내 가슴에 넘치고 사람의 인연이 설치미술로 승화되는, 삶이 예술이 되는 가을이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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