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해학이 담긴 판소리에는 욕설이 많이 나온다. 판소리뿐 아니라 정선아리랑 등 민요 속의 욕설은 노곤한 민중의 삶을 위로했고 양반과 천민의 계급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카타르시스 구실을 했다. 몇년 전 광주에서 열린 ‘전국 욕대회’는 욕에 담긴 조상들의 해학과 익살을 되살려 삶의 활력소로 삼은 이색행사였다. 출연자들의 걸쭉한 입심은 스트레스를 후련하게 쓸어내리기에 충분했다. 욕쟁이 할머니의 음식점을 고객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할머니의 욕설에 기분이 나빠지기보다는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욕이 금인 줄 알아라’ ‘욕이 사랑이다’는 속담에도 ‘사랑의 매’와 같은 긍정적 의미가 함축돼 있다. 욕이 해롭다기보다는 그저 친숙한 소통의 한 장르였다는 위와 같은 인식은 이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욕이 너무 일상화 되면서, 그리고 거칠 것이 없어지면서 또한 악의적인 표현이 많아지면서 욕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진 까닭이다.

청소년들의 욕설 사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엊그제 교과부 장관은 고등학생 1명이 학교에서 4시간 동안 385번 욕을 할 정도로 초·중·고교생 사이 욕이 일반화되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욕은 공기처럼 흔하다는 소리이다. 욕설의 주 당사자가 청소년이다 보니 욕설문화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 발전한다. 실례로 아이들이 잘 가는 사이트에서는 욕이 떨어질 때까지 욕을 해대는 ‘욕배틀’도 이어지고 있고 스마트폰에서는 욕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욕을 많이 사용하는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욕설대책이다. 습관처럼 욕을 해대는 아이들에 비해 그를 막으려는 어른들의 노력은 거의 아날로그 수준이니 욕이 줄어들기 만무이다. 아이들의 욕설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정규교육과정에 반영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질적 양적으로 욕설은 아이들의 생활 속에 너무나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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