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물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맑은 물을 타 희석하는 것이다. 94년 낙동강 폐놀유출 사고 때 안동댐을 열어 씻어냈던 그런 방법이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맑은 물의 양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라면 국물 한 컵을 정화하는 데는 이의 5천 배인 750ℓ, 소주 한 병엔 1만5천 배인 5천100ℓ, 우유 한 컵엔 1만5천 배인 3,000ℓ, 식용유 한 스푼엔 19만8천 배인 2,000ℓ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 강 상류에 자꾸 댐을 막으려는 것은 바로 이런 데 필요한 맑은 물을 많이 확보하려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둬 둔 물은 부영양화 현상으로 썩게 마련이다. 부영양화의 주범은 질소(N)나 인(P)이다. 그리고 이 물질은 생활하수, 축산 폐수 따위에 실려 들어온다. 그러니까 맑은 물을 가둬 두려면, 그런 오염원부터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맑은 물 만들기 비용은 더 만만치 않다.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유지하는 데는 2조9천억 원으로도 모자란다는 계산이 나온 적이 있다. 이 돈은 상류 1천609개 모든 이(里), 동(洞)에 오수처리를 하는데 드는 비용인데 2005년까지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될 한강수계관리기금 2조177억 원 보다도 많다.

따라서 오염된 물을 되살릴 방법은 상류의 맑은 물까지도 오염된 물을 희석시키는 자체 자정화 부담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소양강댐 홍수조절용토지에 대해 비료 농약이 호수로 들어오지 못하게 경작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또 '오염된 도암댐물을 흘러보내 강릉 남대천이 오염됐다'고 상경시위까지 벌인 것도 같은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하나는 정부 논리고 하나는 민간 논리여서 약발받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