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목장이 제페트가 장작개피로 깎아만든 인형이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개구장이 짓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린이들은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작가 콜로디는 '피노키오의 모험'을 쓰면서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쓴 동화의 주인공 피노키오게 정말로 생명을 불어넣어줄 사람들이 어린이라는 사실을. 여우에게 속고 고양이에게 당하고 그렇게 세상을 헤매면서 인간의 삶을 체험하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어린이들은 어느틈에 피노키오가 인형이 아니라 자신들임을 깨닫게 된다.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뛰던' 어린이들이 나이를 먹고 세상을 배우면서 착한 마음 경건한 마음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어느날 소나기 끝에 떠오른 일곱 빛깔 무지개를 쳐다보며 문득 까맣게 잊고 살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시인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고 읊었나 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을 보고 어른들은 다들 모자라고 했지만 소혹성 B612호에서 온 '어린왕자'는 금세 보아구렁이임을 알아맞혔다. 그 이야기를 쓴 생 텍쥐페리는 책의 맨 앞에 이렇게 썼다. "어른들도 모두 처음엔 어린이들이었다.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린시절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헌사(獻辭)를 이렇게 고친다. '어린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뜨에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이지만 요즘세상 어린이들은 어른의 아버지가 될만큼 착하고 아름답고 경건하고 그러면서도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꿈꾸며 자라지 못한다.

5월4일 문을 여는 춘천 인형극장은 그래서 어린이날을 맞는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같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물의 나라 꿈의 나라'를 마음껏 날아오르는 피노키오들의 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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