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7월 23일, 군인 1,400명과 야포 12문, 대량의 군자금과 무기탄약을 실은 청나라 고승호가 태고항을 호위함과 함께 출발했다. 같은 시각 청나라 순양함 두 척이 증원군을 맞이하기 위해 출동했다. 25일 오전 두 함대가 옹진의 풍도에 이르렀을 때다. 일본 유격함대가 나타났다. 청국 함대가 먼저 발포했다. 이어 일본 함대도 포격을 시작했다. 풍도해전은 그렇게 발발했다.그때 침몰한 고승호에서 관광이벤트회사가 은괴, 은수저 등을 건져 올렸다. 멕시코 은괴 2천t, 만일 은화형태로 남아 있다면 10조원 가량의 횡재를 건져 올릴 보물선이 인양된다며 서해안이 요란하다.

북한 김일성 주석 명의로 스위스유니온 은행에 80억 달러, 10조4천억 원 상당의 99.99% 순금 940t이 비밀계좌로 예치돼 있다고 해 또 한번 화제가 폭발하고 있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군·말레시아군·필리핀군사령관을 지낸 일본군 야마시타 도모유키 육군대장이 전쟁비용과 전후복구비 조달용으로 아시아 일대에서 약탈한 금을, 패주하면서 매장한 것을 비밀리에 발굴한 바로 그 노다지라는 것이다.

마르코스가 재산은닉을 하면서 제 3세계의 독재자 이름을 차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보물계좌의 법적 상속권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따라서 '한국이 인도적 사용을 조건으로 북한이 이를 인출하게 도와준다면, 대북지원 기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외교가급 수준의 '말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픽션으로도 꾸미기 어려운 기막힌 이 사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다. '독재자는 죽어서 화제를 남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 화제는 유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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