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의 역사가 곧 인류의 신분역사라고도 할 만하다. 고대의 열매, 조개껍질, 뼈, 뿔, 이빨, 돌 조각 목걸이조차도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목에 정성을 들이는 그 물건을 누가 좋은 것을 달았을까 하는 짐작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초커(chorker)는 메소포타미아 상류 여성의 유물로 발견된 유리석, 루비, 금으로 꿴 목걸이다. 고대 이집트 고분에서는 영롱한 색채의 구슬들을 엮은 비브(bib)나 채플릿(chaplet) 그리고 터키석, 마노, 공작석으로 엮은 여러 줄 목걸이가 나왔다. 북유럽에서는 청동을 비틀어 꼰 토르크(torque), 그리스에서는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석류석, 오팔을 끼운 사슬 목걸이와 카메오(cameo), 로마에서는 진주가 대표적 목걸이 유물이다. 중국 허난성(河南省)에서는 연옥이나 상아에 괴수를 조각한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목걸이가 귀족에서 부호로 다시 서민으로 퍼져 오늘날 대중화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그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사는 격이나 신분의 상징이 되는 것은 말할 것 없다. 놀이터 어린이의 ‘열쇠 목걸이'의 상징은 무엇일까. 그 목걸이가 찰랑댈 때마다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집에 아무도 없어요. 엄마 아빠는 맞벌이 부부예요. 우리 집엔 힘 약한 나만 있어요" 일 것이다. 그 목걸이가 범죄 표적이 됐다. 열쇠어린이를 미행한 뒤 아버지 직장 동료, 가스검침원으로 위장해 가며 집을 뒤진 신종범죄가 발생했다. 열쇠목걸이 어린이가 우리사회에 등장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중죄로 다스리는 어린이 유괴는 있을지언정, 열쇠 목걸이를 노린 그 범죄가 ‘신종' 취급을 받은 것은 그래도 이 사회에 일말의 건전한 작은 구석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 그 구석마저 메워져 버린 모양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