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깊은 산 속에서 샘물을 마시고 마을에 내려왔더니 사람들이 얼른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젊어졌다. 욕심 많은 이웃집 노인이 그 얘기를 듣고 샘물을 찾아 산으로 들어갔는데 해가 저물어도 돌아오질 않았다. 인정많은 '젊어진' 노인은 걱정이 되어 마을 청년들을 데리고 샘물이 있는 산으로 찾아갔다. 어디선가 애기 우는 소리가 들려 샘가의 풀섶을 헤쳐보니 돌잡이쯤 된 애기가 헐렁한 어른 옷에 쌓여 울고 있었다. '젊어지는 샘물'의 전설이다.

샘물이 지닌 생명력과 신비한 효능에 대한 민담 설화는 한없이 많다. 대관령의 국사 서낭신이 된 범일국사는 강릉 학산리의 한 처녀가 굴산사 앞의 돌샘에 비친 아침해를 떠먹고 잉태해 낳은 아들로 되어있다. 어떤 효자가 병든 매일 새벽 샘물을 떠다 병든 아버지에게 드렸는데 어느날 새벽 그 샘이 향기로운 술로 가득 차 있어서 그 술을 떠다 아버지께 드렸더니 병이 말끔히 나았다는 주천(酒泉) 설화도 전해진다. 앞못보는 형이 앉은뱅이 동생을 업고 구걸하러 다니다가 금덩이가 들어있는 샘물을 발견하고 서로 금덩이를 가지라고 양보하다 그냥 두고 왔는데 이 말을 들은 욕심쟁이 영감이 부랴부랴 샘물로 가봤더니 금덩이가 아니라 누런 구렁이였다. 영감의 화풀이를 당한 형제가 다시 가보니 금덩이가 둘로 쪼개져 있어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는 전설도 있다.

맑고 깨끗한 샘은 그곳 사람들의 복이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연 자산인 것이다. 수돗물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수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번성한지 오래다. 그 많은 '먹는 샘물' 중에 강원도 샘물이 단연 으뜸이라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에서도 타지역 샘물을 젖히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좋은 우물은 길어가는 사람이 많아 빨리 마른다(甘井先竭)는 장자의 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같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