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 ‘3W의 시대’를 예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weather), 웹(web) 그리고 여성(woman)이 바로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 프레임 자체의 변화가 거론되는 3W 주범들이다.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상식이 깨지면 사람들에게는 혼돈이 찾아온다. 여태껏 진리라고 알았던 일들이 진리가 아니라고 공론화 되어지는 일이 잦아지면 정신적으로 부단한 적응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남성 여성 성역할 파괴 내지는 성역할 역전에 대한 혼돈도, 많은 기성세대들이 이해에 이해를 거듭하면서 적응하려고 애쓰는 화두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성 역할은 세대간 인식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여러가지 가치가 널리 공존하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남성성이란 너무나 자명한 것으로 보여 아무도 의문을 제기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30년 동안 여성은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길 시작했고 남성의 정체성은 더 이상 옛날 같지 않다.’라는 글귀는 1992년 발표된 ‘남성의 정체성에 대하여’ 라는 책 서문이다. 남자들의 시선으로만 해석되던 여성들이 스스로 억압을 당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여성해방에 대한 움직임은 빠른 속도로 의식화운동으로 이어져 갔고 이런 와중에 페미니즘은 탄생했음을 이 책은 말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주장이 커지는 만큼 남성들의 권한이 축소되어가지만, 그래서 이를 ‘남성의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남성들은 반발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노력으로 일궈낸 변화들이기에 당연한 권리주장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올바르게 실천될 때 사람들은 순응한다. 헤어지는 날 남학생이 줄담배를 피워 지나친 남성성을 발휘했기에 이는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파장을 낳고 있다. 일명 ‘서울대 담배녀’사건 이야기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페미니즘은 의식화된 집단의 제한된 가치에만 함몰되어 자기네 교리 외에는 소통을 못하는 느낌이다. 여성 스스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자신있게 하는 사회, 그녀들이 경계의 시선이 아닌 찬사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페미니즘이 어떤 것인지 이참에 숙고해 보자.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