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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의 선행

이현예 2013년 03월 11일 월요일
   
▲ 이 현 예

수필가

아침부터 어르신들이 줄을 지어 앉아 계신다. 미용자원봉사자가 오시는 날이란다. 매월 둘째주 화요일이면 꼬박꼬박 오시는 분이 있어 어르신들이 손꼽아 기다린다. 설마 이 눈길을 뚫고 오실까.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어르신들의 설렘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 이분들은 기다리는 것도 행복이 아닌가. 근무복을 갈아입고 라운딩을 하면서 문안인사를 드린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지요? 사랑합니다.” “눈이 엄청 많이 왔어요. 날씨도 무척 춥고요. 춥지는 않으셨어요?” 하면서 은근히 오늘은 미용봉사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말을 암시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기우였다. 보조자 두 분까지 대동하고 오셨다. 이곳에서 4년째 봉사를 하신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60여명이 넘는 어르신들의 머리를 정성들여 손질해 드리되 이분들만의 헤어스타일을 꾸며 주신단다. 지난 여름, 매우 더운 날인데도 땀을 흘리며 일에 몰두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는 내가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그 분을 인식할 겨를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씩 다녀가는 봉사단체들이 많은 터라 그 중에 한 단체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분은 여전히 정해진 날만 되면 어르신들의 머리를 매만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아무 조건도 대가도 없이 그림자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소리 없이 가신다. 오실 때는 선물을 한 아름씩 안고오기도 한다니 이보다 더 훌륭한 봉사가 더 있을까. 옆에서 그 분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뛰어난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선행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자원봉사가 이기적인 동기에 의한 이타적인 행위라 해도 쉽게 실천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한다고 해도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1회성의 자원봉사라 해도 봉사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다고하겠지만 진정한 자원봉사란 지속적으로 장기간 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는 자원봉사론이 있다. 구속이 없이 자발적으로 오랜 시간을 희생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자의식이 없고서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지난 4년간 매달마다 이곳을 방문해서 자원봉사를 한다니 말이다. 오늘처럼 눈이 푹 빠진 날이나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도 아랑곳없이 오직 나누며 사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 의지 하나로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단다. 이분은 이곳 요양원뿐만이 아니라 춘천의 K요양원과 N장애인 시설에도 나가신다고 한다. 88년 미용업 초기에는 동료들과 함께 목포의 한 재활원에까지 자원봉사를 다니셨단다. 17살 때 고아원에서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니 근 30여 년간의 선행이다.

자원봉사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고 여쭈었더니 그 분의 아버지 덕분이라 했다. 월남전에도 참전하신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나누며 사는 사람이 되라.”고 누누이 강조하셨다고 한다. 오래전 고인이 되셨지만 가족들에게 그 분의 유지는 곧게 전해져 어머니와 자녀들까지 모두 봉사활동을 가업처럼 이어오고 있단다. 따님도 함께 이곳에 함께 다닌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곳에선가는 이렇게 자선을 베풀고 봉사를 하는 누군가가 있어 사회는 밝아지고 균형을 이루어가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본보기란 많은 것을 소유하며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며 살 줄 아는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야겠다. 춘천 소양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계신다는 김응경님. 그 분에겐 특별한 은총이 내리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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