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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나 죽네

원성호 2013년 03월 29일 금요일
   
▲ 원성호

수필가

산 아래 돌밭, 이곳에 옥수수를 심었다.

때가 되어 수확을 하려는데 갑자기 나타난 벌 떼, 자세히 보니 살 속까지 파고든다는 땅벌인 듯하다. 웬 마리수가 이리도 많을까. 덤벼드는 벌 쫓으려고 오두방정 다 떨다가 몇 방을 쏘이고는 줄행랑을 놓았다. 덩치만 산만하면 뭐하나 벌들 앞에선 큰 덩치가 오히려 약점인 것을.

애써 심은 옥수수 수확도 못하고 그깟 손톱만한 벌 때문에 도망을 치다니.

사나이 자존심 완전 깨졌다.

다음날, 비닐 옷 지어입고 독가스(킬라) 들고 적군 아지트를 향해 돌격해 갔다.

“이놈들 한번 당해봐라. 씨알머리 없이 죽여주마.”

머리에 비닐봉지까지 쓰고 목은 끈으로 묶고 벌들을 향해 돌진한다. 좌우상하에서 덤벼드는 벌떼들을 향해 사정없이 독가스가 분출한다. 멋모르고 덤벼들던 벌들이 낙엽처럼 떨어진다.

독기어린 눈으로 요놈들 아지트를 찾아 헤맨다. 은사시 고목에 뚫린 작은 구멍, 그 구멍에서 엄청나게 많은 지원병들이 스멀스멀 쏟아져 나오다가 독가스 맞고 몸을 웅크리면서 죽어간다. 땅위에 수북한 죽음들, 그 위에다 확인 사살까지 하고. 아지트 안까지 싹쓸이 소멸하고 완전 승리했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한가? 죽은 벌떼들이 저주라도 내렸던가? 숨이 콱콱 막힌다. 곧 죽을 것 만 같다.

그때 떠오른 생각, 베트콩이 사람을 죽일 때 비닐봉지를 머리에 씌워 죽였다 했지. 총알을 아끼기 위하여 그리했단다.

“아 차!”

머리에 뒤집어쓴 비닐봉지를 급히 잡아 당겼다. 그런데 끈으로 단단히 동여맨 비닐이 벗겨질 리가 있나. 금방이라도 질식해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데, 어찌나 질긴지 찢을 수도 없다. 숨은 콱콱 막혀오고 끄나풀은 풀리지 않고 눈은 뒤집히고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데….

그때 내 등 뒤로 소리 없이 다가와 침착하게 끄나풀을 끌러준 사람, 바로 아내였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동그라지고 말았는데….

아내는 아랫배를 싸안고 맴돌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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