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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춘천 찾다

최선주 2013년 04월 12일 금요일
   
▲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문학박사

전국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으로 경주, 광주, 춘천박물관 등 11개의 국립박물관이 있다. 이 가운데 신라의 고도(古都)에 위치한 경주박물관을 비롯해서, 백제 고도의 공주·부여박물관 등은 봄·가을 수학여행 철이 되면 학생들의 단체 관람으로 늘 붐빈다. 그렇지만 강원도 유일의 국립박물관인 춘천박물관은 고도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다른 국립박물관처럼 국보급 유물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봄이 와도 단체 관람객을 맞이하기는 쉽지 않다. 이 지역 학생들조차도 다른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이런 고민 끝에 국립춘천박물관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전시 ‘명품 순례-봄을 찾아온 동자’는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보급 명품을 엄선하여 선보이고 있다.

봄이라는 계절과 어떤 주제의 전시가 어울릴까? 또 어떤 작품을 전시해야 더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갖고 박물관을 찾을까? 역시 봄에는 아름다운 그림 감상이 제격이고, 그림 하면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손꼽혔고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려진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가 아닐까?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가인 김홍도는 자(字)가 사능(士能), 호(號)는 단원(檀園), 단구(丹邱)이다. 김홍도는 우리에게 풍속화를 잘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생전에는 산수, 풍속, 도석인물(道釋人物), 화조, 영모 등 모든 분야를 잘 그려 묘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다재다능한 화가였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단원의 그림 주제는 동자(童子)이다. 그냥 어린이가 아니라 신선 세계에 사는 아이인 동자, 선동(仙童)을 주제로 하였다. 신선 세계에 사는 천진난만한 어린 동자와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한 신선을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김홍도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소나무 아래에서 생황 부는 동자>를 비롯한 김홍도의 신선그림 명품 4점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단원의 아들 김양기(金良驥,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김홍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지만 그 아들에 대해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양기는 김홍도가 48세에 얻은 늦둥이 아들인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가가 되었다.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아버지와 그 아들의 그림을 함께 감상해 볼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명품순례전에서 김홍도에 버금가는 화가들의 신선, 동자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꼽혔던 이명기(李命基, 19세기 중엽∼19세기 초), 조선 말기의 천재 화가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이밖에 수많은 어린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린 <백동자도 10폭 병풍>, 불교 동자상 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단원의 명작들, 동시대와 후대를 잇는 대가의 작품, 어린 동자와 신선을 소재로 한 다양한 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동자’라는 주제는 남녀노소 모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로 어린 아이와 학생들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어, 가족단위의 관람을 권한다.

조선 후기의 서화가이자 감평가이며, 어린 시절 김홍도의 그림 스승이었던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은 “김홍도는 특히 신선과 화조를 잘하여 그것만 가지고도 한 세대를 울리며, 후대에까지 전하기에 충분하다.”라고 평하였는데, 이것으로 김홍도의 신선 그림 그리는 솜씨를 가늠해 볼 만하다.

김홍도는 신선 그림을 잘 그렸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신선과 같은 풍모를 지녔던 모양이다. 조선 말기의 화가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호산외기(壺山外記)』, 「김홍도전」에서 “김홍도는 아름다운 풍채에 도량이 크고 넓어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신선과 같다고 하였다.”고 전한다. 또한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徐有 , 1764∼1845)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김홍도는 퉁소를 잘하는데 그 곡조가 소리는 맑고 가락은 높아 위로 숲의 꼭대기까지 울리는데 뭇 자연의 소리가 모두 숨죽이고 여운이 날아오를 듯하여, 멀리서 이를 들으면 반드시 신선이 학을 타고 생황을 불며 내려오는 것이라 할 만했다.”라고 하였다.

단원 김홍도의 신선 그림이 춘천에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자신이 신선과 같았던 김홍도의 신선그림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꼭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4월 14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전시, 4월 13일 저녁 7시 전시 설명 ‘큐레이터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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