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철

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장

따뜻한 봄이 왔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춘곤증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하지만 농업인과 농가는 예측 불가한 기상재해나 농산물 가격하락 등으로 빚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농가경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도내 농가호당 평균소득은 3069만3000원이다. 이중 농업을 통해 올린 농업소득은 687만7000원으로 전체 소득의 약 22%에 불과하다. 도내 농업소득은 2010년 1356만7000원에서 2011년 1090만7000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87만7000원으로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원자재가격과 유가 인상 등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더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농가부채다. 2012년도 농가당 평균 부채는 2926만3000원으로 통계상으로만 보면 벌어들인 농업수입으로는 꼬박 5년을 갚아야 부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수치다.

최근 금리인상 및 부동산침체와 더불어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한창 유행이다. 하우스푸어란 저금리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구입해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집은 소유하고 있지만 이자부담 등으로 경제활동이 심하게 위축된 가구를 지칭한다. 농가 부채로 고통 받고 있는 농업인들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푸어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부동산 침체로 인한 농지가격하락 및 거래 둔화, 농산물 가격하락 및 이상기후 증가로 인한 농업 소득 감소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이쯤 되면 농가부채로 고통 받는 농업인은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냥 ‘푸어’다.

농가부채로 고통 받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는 경영회생지원사업을 통해 농가의 경영안정화에 앞장서고 있다. 경영회생지원사업은 농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에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농가에 대해 해당농지를 공사가 매입하고, 농가부채를 공사에서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또한 해당 농지는 농가가 장기 재임대해 농사를 계속 짓게 하고 환매자금이 마련될 경우 다시 본인이 사 갈 수 있도록 환매권을 부여해 줌으로써 부채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경영회생 지원사업으로 지원된 농가는 2012년 기준 388개 농가로 총 1163억원으로 1개 농가당 평균 2억9900만원이 지원됐다. 이 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2006년도에는 13개 농가에 47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89개 농가에 241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247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지난 4월까지 31개농가에 82억원을 지원, 농가부채로 힘들어하는 농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농가부채 문제는 단순히 농가의 부채를 경감해주는 선에서 끝난다면 분명 한계가 있다. 우리 농업과 농촌의 근본적인 문제를 발굴해 개선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농가소득이 증대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 살기 좋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농촌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영회생지원사업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및 5개 지사에 문의하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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