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해본다. 그러니까 몇년 전 추석날, 학교 구내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고시생 아들 전화를 받고 필자는 보온 도시락을 싸서 전해주었다. 점심 때가 지나 밥을 잘 먹었냐고 전화를 해보니 휴게실이 없어 벤치에서 밥을 먹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밥을 먹다 말았다 한다. 대학교마다 여학생 휴게실은 있는 편인데 남학생 휴게실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남학생 휴게실이 그리 없으면 어떡하냐는 필자의 탄식에 아들은 언젠가 남학생이 학교게시판에 남학생휴게실을 건의했다가 여학생들에게 융단폭격을 맞은 적이 있다고 웃으며 답했던 기억이 난다. 관심을 안 가져서 그렇지 우리사회 남성들이 겪는 성 역차별은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경험된다.

남성보다 여성이 부유한 성이 되어가고 있다고 타임지는 표현한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향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중국도 인도도 인터넷도 아닌 여성”이라고 말한다. 꼭 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여성의 약진은 쉽게 예견된다. 미래산업이 요구하는 섬세함이나 따듯한 감성 성실함 좋은 관계 등은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니 능히 가능한 예견이다. 여자들의 실력과 권한이 커지면 커질수록 남성에게는 준수하지 않으면 큰일 날 의무가 많아지고, 자칫 방심하면 넘어질 일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정신분석가 우종민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남자다워야 한다”는 말 속에는 무수한 족쇄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남성들은 암울한 현실도 힘겹고 나날이 작아지는 남자의 위상도 우울하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계기로 남성권익 옹호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방법이 옳지 않거나 주장이 지나치면 대중적 호응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남성 여성들 각자는 자신들의 성이 더 핍박받고 손해본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성역할이 급격히 변화하는 과도기 사회에서는 성역할 구별화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필요에 따라 어느 성역할이든 무리없이 해내려는 양성성이 보다 바람직하다. 즉 남성여성 권익은 서로 보듬고 협동하는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지 배타적 관계에서 얻어지는 것은 절대 아닌 것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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