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문학박사

우리나라 근대 박물관의 시작은 1909년 11월 1일 창경궁의 ‘제실박물관’이 일반인들에게 소장품을 공개하면서부터이다. 당시 별도의 박물관 건물을 짓지는 않았으나 창경궁 안에 있는 명정전을 비롯하여 환경전, 양화당 등 궁궐 전각의 7개 동을 개조하여 전시실로 활용하였다. 이처럼 조선의 왕궁이었던 창경궁의 일부가 근대 박물관으로 변모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박물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뿐 아니라 왕족이나 관리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궁궐에 일반인들도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당시의 박물관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관람자와 소통하며 문화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현대 박물관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늘날 박물관의 역할은 단순히 수집품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교육의 장이자 창조적 샘터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 박물관의 변화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교육 기능의 강화이다. 이러한 경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부터 사립박물관에 교육사(에듀케이터)를 지원하면서부터 더욱 두드러졌는데 교육사 지원을 계기로 박물관 교육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국립박물관은 교육의 대상과 내용에 있어서도 성인강좌나 단편적인 문화강좌의 수준을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교사, 군인 등 다양한 계층으로 대상을 확대하였다. 내용 또한 전시품과 소장품, 기획전시와 연계된 알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함으로써 참여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폭넓은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원지역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보존관리하고 강원문화의 원형을 밝히기 위해 지속적인 조사연구와 전시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는 국립춘천박물관 역시 문화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튼실하게 하고자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 예로 학교 교과와 연계하여 창의적인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 연계 프로그램, 또한 가족 단위의 프로그램인 ‘역사를 품은 토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참여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박물관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학교교육과 실제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박물관간의 상호 이해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박물관은 학교 교과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과와 연계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 국립박물관의 경우,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이고 생동감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역사 현장 교육의 최적의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박물관은 강원도교육연수원을 비롯하여 춘천교육지원청, 춘천교육대학교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공동으로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자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교육의 장으로서 박물관 교육의 질적 향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연구자들뿐 아니라 박물관을 찾는 교사들도 박물관을 이해하고 박물관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수업계획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박물관 수업을 계획할 때에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박물관의 위치, 건물의 특징, 주요 소장품, 전시실별 소개 및 전시 관람 동선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사전에 준비할 내용과 전시 관람시 학생들에게 던질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방문기간에 기획특별전이 열리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박물관과 학교가 연계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진행한다면 박물관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역량 강화와 심성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기여하게 될 뿐 아니라 역사문화예술 현장 탐방 경험은 궁극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1909년, 순종 황제가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자는 여민해락(與民偕樂)의 뜻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을 설립한 이후로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12개 지방 국립박물관들은 이와 같은 뜻을 계승하기 위하여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현대의 박물관은 연구 및 전시뿐 아니라 전통공연과 다채로운 문화행사,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문화적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 가을에 가족과 함께 가까운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예술의 향기를 즐기고 나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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